하늘이 이야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늘이는 아픈 도전으로 2016년을 시작한다. 지난 몇 개월동안 미약하지만 보청기에 의지해서 소리를 들어왔다. 소리를 듣기 위해서 삐~ 삐~~ 보청기에서 울리는 하울링 소리도 같이 들어야 했다. 하늘이의 청력이 너무 나빠 보청기의 볼륨을 많이 키워놓은 이유다. 보청기에서 증폭한 소리가 밖으로 새나오고 그 소리를 다시 증폭하면서 발생하는 소리다. 하늘이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었다. 어떻게든 소리 자극이 꾸준히 있어야 남아있는 청력을 최소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약하게나마 청력이 남이있어야 인공와우 수술 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수술, 인공와우 삽입술


2016년 1월 10일. 하늘이가 다시 입원했다. 하늘이의 세번째 입원.

첫 번째 입원은 태어난 날인 2014년 12월 23일 이다. 분만실에서 바로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서 200일을 채우고 태원했다.

두 번째 입원은 2015년 12월 29일. 인공와우 삽입술을 하기에 적합한지 검사를 하기위한 입원이었다.


처음 정밀 난청검사를 했던 날. 교수님은 인공와우 이야기를 하셨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하늘이는 5개월 동안 정밀 난청검사와 수술적합 검사까지 긴 시간동안 힘든 검사를 잘 참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수술대에 오른다. 그리고 교수님도 바뀌었다. 정밀 청력검사와 외래를 봐주셨던 여자 교수님에서 인공와우 삽입술을 집도하실 남자 교수님으로... 


이번에 하늘이가 하게 된 인공와우 삽입술은 오른쪽 귀 뒤쪽을 살짝 절개한 후 두개골을 살짝 갈아낸 다음에 인공와우 임플란트-인공와우는 두 부분이다. 몸 속에 넣은 부분을 임플란트라고 한다-를 고정시키고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낸 다음에 머리 안쪽에 달팽이관에 인공와우 임플란트의 전극을 집어 넣는다. 달팽이관에는 많은 솜털같은 것들이 있다고 한다. 그 솜털들이 청신경들이다. 입구가 고음 깊숙히 들어갈수록 저음이라고 한다.


수술중에 출혈이 많으면 모든 출혈을 전기로 빠르게 지혈한다고 한다. 지혈이 되지 않으면 전극을 달팽이관에 넣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듣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전극이 청신경을 자극해서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인공와우 전극을 달팽이관에 삽입한 이후에 출혈이 발생하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달팽이관에 전극이 있어서 전기로 지혈을 못한다고 한다.


2016년 1월 11일 오전 8시 30분. 이날 하늘이는 첫 번째로 수술이 예약되었다. 하늘이는 전날 밤부터 금식이었다. 아직 12개월밖에 안되어 혈관을 찾기 힘들어서 병동에서는 바늘을 꼽기 힘들다. 하늘이가 바늘을 꼽을 때면 항상 소아병동에 요청해서 바늘을 꼽는다고 한다. 아가라서 잘 꼽아도 막히거나, 움직이다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또 다른 곳을 찾아 꼽아야 한다. 수술방에 가면서 또 빠져서 마취하고 다시 한다고 했다. 그래도 수술방에도 잘 들어갔다고 한다. 호흡기를 통한 전신마취. 아빠는 야간근무를 하고 병원으로 와서 하늘이를 기다렸다. 12시가 거의 다되서 하늘이는 회복실로 나왔다. 병동 간호사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엄마, 아빠는 회복실로 달려갔다. 멸균한 옷으로 갈아입고 잠시 기다리니 하늘이가 왔다. 아직 마취가 덜깨서 산소를 주고 있었다. 아빠는 잠깐 보고서 엄마가 침대위로 올라가서 하늘이를 안고서 병실까지 왔다.-회복실에는 1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예상보다 수술시간이 길었지만, 집도의 교수님은 출혈이 거의 없이 수술이 잘됐다고 하신다.



< 수술후 아랍왕자풍의 하늘이>


회복


수술 후 첫 날은 잘 놀았다. 밤에도 아주 잘 잤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문제였다. 첫 날도 문제였지만, 첫 날은 마취 기운이 남아 있어서 많이 보채지 않았었나보다. 수액과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해서 꼽아 놓은 주사가 하필 발이다. 12월 말 검사로 입원했을 때도 발에 주사를 꼽아놔서 이틀동안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발이다. 하늘이는 하루에 대부분을 서서 노는데, 발에 주사바늘이 있으니 서있을 수가 없다. 5일동안 엄마 껌딱지가 되버렸다. 낮설어서였을까? 아파서 였을까? 아마도 두 가지 모두가 문제였겠지. 하늘이는 24시간 엄마를 힘들게했다.-가장 힘든건 하늘이 자신이었겠지만- 수술이 끝나고 4일동안 하늘이는 철저하게 엄마만 찾았다. 그나마 먹을 때는 조금 덜했다. 먹을 때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앉아도 괜찮았지만, 1미터 이내에 엄마가 안보이면 난리가 났다.



< 오른발에 주사를 꼽아놔서 기저귀로 발을 감싸놨다 >



퇴원


수술 전 하늘이의 주치의 선생님은 수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서 늦어지면 주말에 퇴원 할 수 있다고 했었다. 입원이 길어지면 서서 놀지 못하는 하늘이의 스트레스가 걱정이었다. 그런데, 수술 후 하늘이의 상태가 별로 였다. 수술방에서 나왔을 때 체온이 올라서 37.5℃ 였다고 한다. 병실로 옮기면서 체온이 조금 더 올랐다. 37.9℃.


수술 후에 체온이 오르는게 정상이지만, 내려가지 않으면 다른 증상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었다. 다행스럽게 해열제를 주사맞고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 집도의 교수님은 하루에 두 번씩 꼭꼭 하늘이를 찾아오셨다. 병원에 오래 있으면서 이렇게 친절한 교수님은 처음 본다. 오실 때마다 조근조근 설명도 잘 해주시고 자주 찾아주시고 100점 만점 교수님이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조창건 교수님.


<주사바늘 싫어요. 지친 엄마를 위해 휠체어 타고 있어요 >



수술 2일차. 아빠가 잠시 집에 다녀오는 사이에 교수님께서 다녀 가시면서 금요일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다. 엄마는 목요일에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교수님은 수요일까지 열이 없으면 목요일 퇴원하자고 하셨다. 하늘이는 아주 좋았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발에 꼽아놓은 주!사!바!늘!


수요일. 하늘이의 체온은 아주 좋았고 다른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머리에 감았던 붕대도 풀어다. 붕대를 감고 있을 때 자주 건드려서 조마조마 했었는데, 풀고나서 보니 상처도 처음 설명보다 작게 내주었다. 상처는 귀 뒤쪽으로 아물면 잘 안보일 것 같다. 머리가 길면 더욱 안보이겠지.


4박 5일간 수술 잘하고 퇴원하는 하늘이 선물을 준 것 같다. 지금껏 듣지 못하던 하늘이에게 주는 아주 소중한 선물. 들을 수 있다는 기쁨을 알게해준 하늘아~ 잘 견뎌주어 고마워. 사랑한다~



< 컨디션 좋아 보이지요? >



앞으로 남은 일


인공와우 삽입술은 시작이라고 한다. 수술방에서 임플란트를 달팽이관에 연결하고 잘 연결되었는지 뇌파로 검사를 한다. 그리고 절개부위를 닫는 것으로 수술은 마무리된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면서 상처부위 겉과 안이 아물고 삽입한 임플란트가 자리를 잡으면 맵핑이라는 것을 한다고 한다. 인공와우 임플란트의 전극으로 전달된 전기신호는 달팽이관의 청신경을 통해서 뇌로 전달되면 뇌가 전기신호를 소리를 인식하는 재활을 한다. 이것이 맵핑이라고 한다. 단 1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 계속 연습한다고 한다.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또 다른 재활이 있다. 재활의학과에서 언어재활을 한다고 한다. 두 가지 재활을 약 2년에 걸쳐서 해야 한다고 한다.


집에서는 엄마, 아빠가 책을 자주 읽어주고 많은 소리를 들려주는 연습도 같이 해야 한다고 한다.


남은 이야기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을 때부터 하늘이는 인기가 많았다. 이번 인공와우 삽입술을 위해 두 번의 입원을 하면서도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상당했다. 일부러 찾아와서 놀다가는 간호사 선생님도 있었고 퇴원한다고 하니 아쉽다는 선생님도 있었으니 말 다했다. 


집에 온 하늘이는 익숙한 곳이라 그런지 엄마에게서 떨어져 아빠한테도 왔다. 입원하기 전보다 조금 짧았지만, 그래도 엄마에게서 떨어지니 다행이다. 병원에서 안겨만 있던 하늘이가 집에서 편하게 걸어다며 노느라 바쁘다. 2시간 넘게 놀면서 잠이 쏟아지는데도 더 놀고 싶어 짜증이다. 이렇게 졸릴 때는 다시 엄마 껌딱지. 억지로 엄마등에 엎혀놓으니 바로 골아떨어진다. 코까지 골면서...






생후 388일째, 교정 322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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