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이야기

'언어재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08.29 졸업
  2. 2020.03.03 심층진료
  3. 2018.01.08 감정을 이야기해요 1

졸업

육아일기 l 2020. 8. 29. 23:32

2016년 7월 21일 소리의원 강서에서 부모교육 세미나 인공와우 수술 결정 후 우리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에서 첫 만남을 가졌던 하늘이와 소리의원.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빠는 엄마의 추천으로 같이 갔었다. 엄마는 하늘이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 후에 재활하는 방법을 찾느라 이곳저곳 카페에서 정보를 찾다가 알게 되었다고 했었다. 아빠는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을 해주었던 병원의 교수님의 말대로 일상에서 잘 듣게 해 주면 된다 고 했던 말을 고민없이 받아들였었는데, 엄마는 달랐다. 이날 세미나가 끝나고 엄마와 하늘이에게 너무 많이 미안했었다.

 

소리의원의 재활프로그램에 등록하고 가능한 한 빨리 재활을 시작했다. 2016년 2월 처음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6개월 동안 집에서 엄빠와 지내는 것이 전부였던 하늘이에게, 재활은 막혀있던 부분을 열어주는 열쇠와 같았다. 소리의원의 원장님들, 재활선생님들과 병원 관계자분들 모두가 가족처럼 돌봐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하늘이는 서서히 소리 듣는 것에 적응했고, 소리의원에서는 부모에게도 재활에 적극 참여해서 준전문가 수준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엄빠는 할 수 있는 최대한 소리의원의 요청대로 재활에 동참했다. 어느덧 하늘이는 말문이 트이고, 문장을 만들었다. 그사이 왼쪽 귀도 수술을 했다.

 

왼쪽 귀를 수술한 하늘이의 듣기가 더 좋아지면서 음악재활도 시작했다. 그동안 소리의원에서 하는 재활프로그램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한 난청인에게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최고 난이도의 듣기라는 설명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늘이는 음악재활도 제법 잘 해냈고, 음악재활 1차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2018/05/01 - [육아일기] - 음악재활 수료

 

음악치료를 잠시 쉬는 동안 언어재활은 계속됐다. 잠시 쉬었던 음악재활도 다시 시작됐다. 처음 음악재활에서는 음의 높낮이와 같은 음을 내는 다른 악기의 소리에 적응했었고, 다시 시작한 음악재활은 박자 위주의 재활을 했다. 아빠가 박치라 그런지 하늘이도 박자는 조금 어려움을 느끼는 듯했지만, 하늘이는 잘 적응했다. 그리고 올해 초 소리의원에서는 하늘이가 재활프로그램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다.

 

2020/03/03 - [육아일기] - 심층진료

 

심층진료에서 올해 학령전기 재활 졸업을 해야겠다는 말씀에 감격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 8월 26일을 끝으로 하늘이는 학령전기 재활을 졸업했다. 하늘이에게 특별한 날, 아빠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마지막 재활을 같이 했다. 엄빠는 조금 아쉬움이 남아 한 달에 한 번, 두 번이라도 주말에 재활을 하기를 원했고, 소리의원에서는 내년에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바로 예약명단에 올려주셨다. 그리고 그전에 9월부터 싱싱 잉글리시 프로그램에 지원하겠냐고 해서 우리는 두말없이 하기로 했다.

 

< 하늘이의 언어,음악재활 졸업 >

 

 

01234
< 졸업상장, 수료증, 꽃다발과 브이~, 선물 그리고 축하케이크 -하늘이의 본명은 숨겼다- >

 

 

하늘이에게 지난 4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아빠에게 소리의원은 365일 귀만 생각하는 병원. 그에 걸맞은 병원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귀와 관련된 의료가 필요하다면 제일 먼저 소리의원을 추천할 것이다.

 

 

 

7살(68개월, 태어난 지 2077일, 교정 2011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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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료

육아일기 l 2020. 3. 3. 00:13

첫 번째 인공와우 수술 2016년 1월 11일

2016/01/14 - [소리의 기쁨 - 인공와우] - 선물. 2016년의 시작

 

두 번째 인공와우 수술 2017년 2월 7일

< 두 번째 수술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었네 >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태어났고, 그 병원에서 난청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난청의 영유아들이 겪어야 하는 단계를 거치며 2016년 1월 11일 오른쪽 귀에 인공와우 삽입술을 해주었었다. 그 당시 하늘이에게는 다른 병원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시기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정보가 부족했었다. 공부 부족이었다. 인공와우는 수술이 중요하지만, 수술보다 재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었다. 수술을 해주신 교수님께 재활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더니, 집에서 소리를 잘 들려주라는 단순한 답변이 끝이었다. 병원은 인공와우 수술만 할 뿐 재활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다행히 엄마가 이곳저곳 카페를 통해서 인공와우 수술 후 소리의원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인공와우 이식 결정 후 부모가 해야 할 일(2016년 7월 21일)에 참석했었다. 세미나 후 하늘이와 엄마에게 정말 많이 미안했었다. 우리는 바로 재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지만, 당시 소리의원의 재활 시스템은 소리의원에서 수술한 환자 우선이었다. 타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는 3개월 재활이 전부였다. 그래도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일정을 조율해서 재활을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왼쪽 귀는 수술을 하지 않았었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은 1년 간격으로 한다고 했었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소리의원은 가능하면 양이 동시에 수술을 한다고 한다. 불행이 다행이 된 경우라고 할까?

 

어쨌든 소리의원에서 두 번째 선물을 받고 3년이 흘렀다. 그간 언어재활, 음악 재활을 꾸준히 받아온 하늘이. 병원에서 심층 진료를 하자고 하셨다. 날짜는 2020년 2월 27일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2월 27일은 하늘이의 출산 예정일이었다.

 

매년 2월에는 하늘이의 정기평가가 있다. 이번 평가 기간 동안 언어재활 선생님으로부터 언어 이해력과 표현력이 정말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늘이의 월령보다 8개월, 10개월 정도 좋다고 한다. 평소 발음이 부족해서 고민하던 엄빠에게는 의외였다. 엄마는 설마라는 반응이었고, 아빠는 괜히 우쭐해졌다. 음악 재활 선생님은 정상아들과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심층 진료 전날은 하늘이의 음악 재활 고급과정 첫날이었다. 기초과정을 끝내고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하는 재활이었는데, 정말 잘했다. 피아노로 저주파수부터 고주파수까지 3단계의 주파수 대역음에 저음, 고음을 들려주면 바로바로 맞추었다. 의외였다. 

 

2020년 2월 27일. 심층 진료 날이다. 아빠는 휴가를 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소리의원 군자로 향했다. 평소 재활은 소리의원 강서에서 한다. 조금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접수를 마치고 조금 기다리고 있었다. 심층 진료를 해주실 수술을 해주신 전영명 원장님, 언어 팀장님, 음악 팀장님, 청각사 선생님이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했고 하늘이네 가족을 포함한 의료진 모두가 한 방에 모여 앉았다. 재활선생님들께서 미리 만들어 놓은 자료들, 하늘이가 평소 노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청각사 선생님. 처음 소리의원에 왔을 때의 소리 반응부터 2년 차, 3년 차로 재활을 하는 동안 측정한 양쪽 귀의 듣기 그래프를 설명해 주셨다. 비장애인에 비해서 듣기는 조금 떨어지지만, 꾸준히 발달했고 주파수 대역별로 고르고 안정된 상태다. 

 

두 번째, 언어 팀장님. 역시 처음 소리의원에 왔을 때 하늘이의 듣기 반응을 먼저 이야기해주셨다. 당시 하늘이는 오른쪽 인공와우를 하고 있었지만, 듣기 능력이 1년 정도 늦은 상태였다고 한다. 2년 차 평가했을 때는 좋아졌지만, 100명 중 60등 정도의 듣기 발달이었다고, 이번 3년 차 평가에서는 100명 중 10등 정도의 정말 놀라울 만큼의 발달이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늘이의 언어재활 선생님께 먼저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다시 들어도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세 번째, 음악 팀장님. 음악 팀장님은 할 말이 없다고 하셨다. 음악은 그냥 100점이라고 하신다. 비장애인인 또래의 정상 아이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어쩌면 100점보다 더 높은 점수일 수 도 있다고 하셨다. 다만, 박자 감각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셨다. 그 부분은 유전적일 수 도 있다고 하셨다. 아빠는 바로 말했다. 제가 박치예요 ㅎㅎ 최근 발표에 따르면 박자 감각에 따라 듣기 능력이 구분된다고 한다. 그래서 소리의원에서 음악 재활 고급과정에서 박자 위주로 재활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영명 원장님. 원장님께서도 박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운동도 시키고, 악기도 가르칠 수 있으면 가르치라고 하셨다. 평가기간에 음악 재활 선생님도 피아노 배워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고민해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음악을 잘 듣는다는 것은 감정을 잘 이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하셨다. 하늘이도 대화 중 제법 상대의 감정을 제법 잘 읽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음악 재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동영상을 보면서 조언을 해주신다. 집에서 하늘이와 아빠가 노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하늘이의 언어능력을 짚어 주셨다. 하늘이가 비장애인의 또래보다 잘하는 부분을 짚어주셨다. 아빠는 놀면서 하늘이에게 맞추는 대화보다는 그냥 일상의 대화로 끌어주면 하늘이는 바로바로 습득하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하셨다. 우리 가족이 염려했던 발음 부분은 전혀 약점이 아니라고 하신다. 같은 월령의 비장애인 아이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신다. 언어재활 시간에 충분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또한 안심이고 고맙다.

 

마지막으로 하늘이가 지금처럼만 잘한다면 올해 재활 졸업을 한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초등학생이 되는 하늘이. 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재활을 졸업할 수 있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불안한 마음도 있다. 인공와우를 한 아이들은 평생 재활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물었다. 언어재활 선생님은 졸업을 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정기적으로 평가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금처럼 매주가 아니라도 2주 또는 한 달에 1번 정도씩 재활을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전영명 원장님은 작년 가을 소리와우 페밀리데이에서 말씀하셨던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계신다고 한다. 장애인이라서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 평소 생활 속에서는 주변에 비장애인이 대부분이라 장애인만의 정체성(Identity)에 위축될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를 공유하며 정체성을 뛰어넘어야 하기에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앞으로는 해외로 나가서 더 큰 세상을 만나게 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소리의원은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하셨다.

 

심층 진료를 마치며 소리의원의 재활프로그램에 정말 감사한다. 가족같이 돌봐 주시고 같이 걱정해 주시며 더 잘되게 해 주려고 항상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고맙다.

 

< 2019년 가을 연천의 허브블리지에서 >

 

7살(63개월, 태어난 지 1897일, 교정 1831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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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원의 치료실 앞에서 기다리던 중 언어치료팀장님과 마주쳤다. 팀장님은 East센터와 West센터 두 곳을 왔다갔다 하시기때문에 가끔 만난다. 하늘이가 처음 소리의원을 알게 되고 언어치료를 시작하면서 몇 번은 팀장님이 재활치료를 해주셨었는데, 지금은 다른 선생님이 하늘이를 전담하고 계신다.


어쨋든,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2017년 어느 날. 오랜만에 하늘이를 만난 팀장님이 하늘이를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팀장님을 만나면 엄마와 아빠는 그간 하늘이가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팀장님께 자랑하기 바쁘다. 그 날도 그렇게 자랑하고 있었다. 마침 하늘이가 물을 마시고 있었다.


팀장님이 하늘이에게 이야기를 건다.

아~ 목말라. 나도 목 마르다.

하늘이의 반응을 살피며 몇 번 이야기를 반복한다. 몇 번 이야기 하시니 하늘이가 물을 팀장님께 건넨다.


팀장님은 물을 달라고 하지않고 목마름을 이야기 했다. 유심히 살피던 엄마와 아빠에게 팀장님이 이야기 하신다. 아이들에게 감정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 좋고, 언어습득에도 더 좋다고 하신다. 물을 달라고 했다면 아주 단순하게 물만 주면 그만이지만, 목 마르다는 말에는 화자의 감정과 현재 상태, 물을 달라는 뜻이 모두 포함되어 그 표현을 이해한다면 말 한마디로 여러가지를 상황을 한 번에 전달하고, 한 번에 전달받을 수 있어 좋다고 하셨다.


< 손, 발이 엄청 커보인다 >


그 후로 하늘이에게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감정이 섞인 표현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그래서일까? 하늘이와 장난을 치다가 살짝 부딛힌적이 있다. 고의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늘이도 안다. 그때 하늘이의 반응은? (나는) 괜찮아~ 였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늘이가 아빠를 당길 때 일부러 바닥에 쓰러지는 시늉을 하면, 하늘이는 (아빠) 괜찮아? 라고 한다.


엄마가 입은 옷을 보고 (그 옷 입은) 엄마 예뻐

아빠가 바지를 입고 있으면 (허리띠를 매준다고) 내가 해줄께


언어치료하면서 배운 감정전달의 영향인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며 배워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하늘이는 감정표현을 잘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하늘이는 말이 정말 많이 늘었다. 그리고 말이 정말 많아졌다. 하루종일 쫑알쫑알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직 발음이 좋지 않지만, 이렇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태어난지 1113일, 교정 1047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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