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마지막 날, 하늘이 이름으로 배송되는 택배가 있다는 카독이 왔다. 보내는 곳은 메델코리아.
뭐지? 메델코리아에서 주문한 물건이 없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배송받을 물건이 없었다. 그런데, 메델코리아 등록된 주소가 이사하기 전의 주소였다. 다행히 이사하기 전에 살던 아파트에 하늘이 큰 아빠네가 살고 있어서 택배기사님께 사정 이야기를 하고 그곳에 택배 배송을 부탁했다.
이틀이 지나고 새해 2021년 1월 2일 먼저 살던 동네에 다녀왔다. 그 동네는 하늘이 할머니도 살고 있어, 할머니를 볼 겸 택배도 찾아올 겸. 겸사겸사 다녀왔다. 먼저 할머니 집에 들러 인사하고 하늘이와 엄마는 놀고 있는 동안 아빠는 하늘이 큰 아빠네 집에 다녀왔다. 택배 상자의 무게가 상당히 가벼웠다. 박스 크기에 비해 가벼워서 많이 궁금했지만, 하늘이와 같이 열어보려 그대로 차에 두고 할머니 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해서 하늘이와 같이 택배 상자를 열었다. 선물상자에는 소리의원과 메델코리아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라고 생각했던 선물이다. 줌 ZOOM 온라인으로 참가했던 소리와우 패밀리데이. 참가한 모두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셨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잊고 있었다.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주셨다.
포장지를 열어보니, 하늘이가 갖고 싶었던 뽀로로 코딩 컴퓨터가 들어있었다. 하늘이와 엄빠 모두가 깜짝 놀랐다. 택배박스가 가벼워 별다른 기대가 없어 더 기뻤다. 무척 반가운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지만, 하늘이가 자야 할 시간이 돼서 아침에 가지고 놀기로 했다.
아침이 밝고 하늘이는 뽀로로 코딩컴퓨터를 가장 먼저 챙겼다. 엄빠의 부탁으로 밥을 먼저 먹고, 바로 하늘이는 뽀로로 책상과 쿠션을 가지고 아지트를 만들었다. 뽀로로 과자 그릇에 간식을 챙기고 뽀로로 책상에 앉아 바로 뽀로로 코딩컴퓨터를 시작했다. 노는 게 가장 좋은 뽀로로와 놀기 좋아하는 하늘이는 이렇게 또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한편으로는 가격이 제법 비싸다고 알고 있었기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소리의원과 메델코리아의 배려에 이 글로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이번에는 Zoom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우리 가족은 소리의원에서 왼쪽 귀 수술을 하고 난 후인 2017년 가을부터 참가했고, 그 해에도 영상을 출품해서 우수상을 받았었다. 2018년에는 수기를 출품해서 또 상을 받았었고, 2019년에는 출품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하늘이 말 한마디의 감동으로 영감을 받아 마지막으로 영상을 출품하자고 엄빠가 동의하고 영상을 만들었다. 또 상을 받았다. 3년 연속으로 상을 받다보니, 지난여름 학령전기 언어재활, 음악재활을 졸업하면서 엄빠는 더 이상은 염치가 없다고 출품은 그만 하자고 했었다.
그리고 소리의원에서 소리와우 패밀리데이 준비차 학령전기 재활프로그램(영어)에 참여 여부를 물었다. 엄빠는 주저 없이 참여하기로 했고, 재활프로그램으로 익힌 활동을 소리와우 패밀리데이 행사에서 아이들의 공연으로 선보였다. 그 사이 영상출품을 하겠냐는 언어재활팀장님의 권유를 받았다. 염치가 없다고 했는데, 팀장님은 그것도 능력이라며 거듭 권유해서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승낙은 했지만,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하늘이의 말에 다시 영감을 받았다.
하늘이 : 아빠~ 소리의원 놀이해요!
결국 소리의원 놀이로 3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하늘이가 많이 성장했고, 소통이 잘되면서 영상을 만들며 연출을 가미할 수 있었다. 작년에 비해 협조가 잘됐고, 연기력도 나름 좋았다. 그렇게 만들어낸 영상으로 올해도 상을 받았다.
올해도 소리의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한 가족들의 모임은 계속됐다. 올해의 장소는 경기의 연천의 허브빌리지
한참 전에 공지를 보고는 거리가 조금 멀다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우리 가족이 그중에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 아닐까 싶었다. 매년 소리의원 가족들의 수기, UCC를 발표하고 시상도 하는데, 올해는 그냥 지나가자고 했었다. 그런데, 하늘이와 길을 가던 어느 날, 하늘이의 말 한마디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리는 UCC 부문에 도전을 하기로 했고, 시간을 내서 틈틈이 영상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하필 소리와우 패밀리데이가 있기 바로 전에 확진도 있었다. 경기도 연천, 파주, 강화도에서. 행사를 할 수 있을까? 다행일까? 아직까지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한다. 소리의원에서 별다른 공지가 없다. 행사는 진행된다는 뜻이다.
드디어 소리와우 패밀리데이 당일. 우리 가족은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고, 연천의 허브빌리지로 향했다. 가는 길은 한가했다. 딱 한 번 길이 막혔다. 무슨 일일까? 했는데,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한 방역이 있었다. 우리 차에도 방역이 있었다. 방역을 지나자 길은 다시 여유로웠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 때문에 시작시간 5분 전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이 8번째로 도착했다. 소리의원에서 제공한 버스로 오는 팀은 늦어져 30분 늦게 시작한다고 한다. 아마도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으로 늦어지겠지...
버스가 도착하고 바로 행사가 시작됐다. 첫 번째로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동현 선수의 강연이 시작됐다. 김동현 선수도 청각장애로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지난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김동현 선수도 인공와우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었다. 그가 이번 행사에서 강연을 한다니, 기대하고 있었다. 결과는 정말 멋진 사람이다.
김동현 선수도 선천적으로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21살까지 보청기에 의존해서 살다가 인공와우를 알았을 때,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바로 수술을 했다고 한다. 수술하면 바로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매핑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인공와우 가족에게 매핑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려 튜너를 돌릴 때 들리는 잡음이 매핑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처음 매핑을 시작해서 제대로 된 소리가 들릴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스트레스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하늘이는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는 13개월에 수술해서 그 과정을 격었다. 하늘이도 처음 매핑하는 시간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이 다시 상기됐다. 그 시간을 이겨낸 김동현 선수는 처음 간 곳이 바닷가라고 한다. 파도소리를 듣고 싶었고 전화를 해보고 싶었던 김동현 선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어머니와 통화를 한 순간이 정말 기뻤다고 한다.
김동현 선수는 어릴 적 운동이 막연하게 좋아서 운동만 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국가대표가 됐고 올림필에서 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하는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으니, 관심거리가 생기면 그 틀을 정해주고 틀 안에서 확장될 수 있도록 부모가 곁에서 믿고 응원해주라고 한다. 일례로 공룡에 관심이 생긴 아이들은 공룡이름을 모두 외우지 않나? 어른들은 외우지 못한다. 아이들은 관심이 생기면 확장은 스스로 한다. 그러니, 믿고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나 역시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이어진 웹툰 작가 김민주님은 소리의원 전영명 원장님께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내성적인 김민주 작가는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많은 시간을 만화를 보다가 스스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8년 대한민국인재상에 도전했고 당당히 선정되었다고 한다. 현재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중인 작가는 중복장애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작가의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작가의 성장을 기다렸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서 기다려주면 아이가 스스로 해낸다. 믿고 기다리면 된다고 하셨다. 그런 것 같다. 우리 하늘이도 이른둥이로 태어나 여러 번 수술을 했지만, 스스로 이겨냈다. 소리를 듣지 못해 또다시 수술을 했지만, 인공와우를 몸에 달고도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 스스로 이겨내고 있는 하늘이를 보고 있으면 그냥 고맙다. 그냥 곁에서 믿어주고 기다려주니, 스스로 해내고 있다.
점심식사 후 오후 일정의 시작으로 포토미션이 있었다. 10곳의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해서 그중 3장의 사진을 제출하는 미션이었다. 우리 하늘이의 미션은 도전으로만 끝이 났다.
오후 일정은 소리앙상블로 시작했다. 소리의원에서 인공와우 수술한 학령기 전 유아들의 앙상블 :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지? 두더지 머리에 똥을 싼 다른 동물 친구를 찾는 재미있는 구성이다.
이어진 UCC 발표. 하늘이의 말 한마디로 만들어낸 동영상으로 UCC에 도전했다. 하늘이의 한 마디는 이렇게 걸으면서 이야기하니까 좋아 였다. 처음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이 성장한 하늘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엄마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아빠보다 먼저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틈틈이 사진을 이어 붙이고 영상을 촬영했다. 미리 만들어 두었던 사진을 이어 붙인 동영상과 촬영한 영상을 이어 붙여 동영상을 만들었다. 재작년에 UCC, 작년에 수기를 내서 2년 연속으로 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건너뛰려 했는데, 염치없이 3번 연속 도전했고 3번 연속으로 상을 받았다.
오후 일정은 행사를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추첨이 있었다. 입장할 때 받은 입장권의 번호로 추첨이 이루어졌고, 많은 가족들이 상품을 받았다. 다른 가족들이 상품을 받자 하늘이도 우리는 언제 받냐고 아우성이다. 우리도 곧 받게 될걸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좀처럼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가 마지마 무렵 호명되자 하늘이에게 입장권을 쥐어주니, 얼른 달려 나가 얼굴에는 기쁜 표정으로 선물을 받아온다.
오전에 봅슬레이 김동현 선수와 웹툰 김민주 작가의 강연, 오후에 포토미션을 시작으로 소리앙상블과 소리의원 인공와우 가족의 UCC와 수기 발표를 끝으로 행사가 끝났다. 올해도 패밀리데이로 인공와우 가족에게 동기부여와 볼거리 그리고 맛있는 식사에 여러 가지 선물을 주신 소리의원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