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전화를 하셨을까? 전화를 받았다.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하던 선생님께서 하늘이의 의연한 모습과 행동에 마음이 동해서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근처의 근린공원에서 놀던 중 아이들이 바닥분수에서 더위를 피하며 물놀이를 하는데, 하기 싫은 몇 아이와 하늘이 그리고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선생님 : 아무개야 너는 물놀이 안 하니?
아무개 : 네~ 선생님 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 : 하늘아~ 하늘이는 물놀이하고 싶지 않아?
하늘이 : 소리(인공와우)가 있어서 물에 가면 안 된다고 했어요. 선생님은 왜 물놀이 안 해요?
선생님 : 선생님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늘이와 이야기하다가 선생님 마음이 아프셨다고, 그래서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예년에는 여름철 더운 날 물놀이를 많이 했지만, 올해는 하늘이가 마음에 걸려서 가급적 물놀이는 하지 않고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마냥 물놀이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이번 여름은 하늘이가 재활하러 가는 매주 화요일에 물놀이를 계획했다고 하셨다. 전화를 받은 엄마도, 옆에 있던 아빠도 안타까운 마음인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하늘이를 위한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고 계신다.
2019년 7월 16일
며칠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었다. 하늘이와 언어재활, 음악재활을 하러 병원에 가는 날이다.
하늘이 : 엄마~ 엄마? 오늘~ 수영복이랑, 여벌 옷이랑, 수건 가져가야 해요~
엄 마 : 어제 비 와서 오늘 날씨가 추워졌어. 물놀이는 못할 것 같아...
아침부터 하늘이는 들떠있었다. 전날 저녁부터 내일은 수영복, 여벌 옷, 수영모자, 수건 준비해야 한다고 들떠있던 하늘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병원에 가야 했고, 그래서 엄마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
소리의원에서 언어재활, 음악재활하고 집에 와서는 아빠랑 같이 잠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던 아빠가 지치자 하늘이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해서 자전거를 내주고 아빠는 출근했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놀던 하늘이는 유치원에서 하원 하는 아이들을 하나 둘 맞이했다. 자전거는 싫증이 났는지 물총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물놀이 못해 맘도 그렇고 해서 작년에 사두고 쓰지 않았던 인공와우 방수팩을 찾아 착용해서 내보냈다. 처음이었다.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ㅎㅎㅎ
작년에는 방수팩 없어서 다른 아이가 물총 쏘는 거 엄마 막다가 물 다 맞고 얼른 데리고 들어왔는데, 오늘은 두 시간여를 신나게 놀고 들어왔다. 덕분에 아파트 친구들, 누나들, 형들도 신나게 물 맞고 놀았다. 저렇게 웃고 신나 하는 거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즐거워하는데 편하게 할 수 없는 게... ㅠㅠ
※ 이 글은 엄마가 SNS에 올린 글에 유치원 선생님과 전화한 내용을 추가한 글이다.
6살(55개월, 태어난 지 1668일, 교정 1602일째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