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는 하루하루 매우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다.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알고 있어 요즘은 들뜬 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한 하늘이는 장난꾸러기다. 하늘이 또래의 아이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발달과정에서 보이는 당연한 현상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하늘이는 엄빠와의 애착이 좋은 상태다. 특히 엄마와의 애착은 지극히 정상이다. 뭐... 아빠와의 애착도 정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아빠는 하늘이와 관계에서는 아직 오이디푸스 증후군의 남아 있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하늘이가 졸리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또는 엄마와의 감정이 고조되어있을 때 등 원초적인 상황에서는 오이디푸스 증후군을 더 많이 발산하는 것 같다.
어쨌든, 어제는 아빠가 휴가를 내고 쉬는 날이었다. 하늘이는 엄빠에 비해 아침잠이 적다. 아빠가 쉬는 날이면, 하늘이가 대부분 제일 먼저 일어난다. 이 날도 7시에 제일 일찍 일어난 하늘이는 눈을 뜨자마자 심심해한다. 외동아들인 하늘이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엄빠다. 아빠가 쉬는 날이면 하늘이는 가장 만만한(?) 친구가 아빠다. 엄마는 하늘이가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주지 않지만, 아빠는 대부분 받아주니 그럴 수밖에...
일찍 일어난 하늘이는 아빠와 놀자고 제안했지만,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아빠는 하늘이에게 아침밥을 먼저 먹자고 제안한 후에 곧바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아침밥을 다 먹은 하늘이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TV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엄빠는 TV 보는 것을 허락하고 시간이 오전 시간이 흘렀다.
TV를 보던 하늘이는
하늘이 : 오늘은 할거 없지?
아빠 : 오늘은 어제 찍은 사진 가지고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 갔다 와야 해
하늘이 : 거기가 어디야?
아빠 : 우리 이사 온 후에 이사 왔다고 신고하러 갔었던 곳
하늘이 : 나는 잘 모르겠어
엄빠 : 가보면 기억날 거야~
5년 전에 발급받은 하늘이의 장애인 복지카드 재발급을 할 때가 돼서, 아빠는 전날 찍은 증명사진을 찾으려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하늘이도 같이 가고 싶어 했지만, 엄마는 하늘이에게 함께 만든 일과표를 이야기했다. 오전 11시 공부시간이다. 하늘이는 엄마와 공부하고 아빠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아빠가 사진을 찾아오니, 공부하던 하늘이가 사진을 보자며 달려든다. 사진을 모조리 꺼내서 한 장, 한 장 사용처를 이야기한다. 여행 갈 때, 학교에 갈 때 등등... 그러면서 아빠한테 뭐라고 했는데, 아빠는 제대로 듣지 못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하늘이는 화장실에서 나온 아빠에게 이야기했다.
하늘이 : 아빠~ 우리 그림 그려요.
아빠 : 우리 점심 먹고 행정복지센터에 가야 해
엄마 : 우리 점심 먹고 행정복지센터에 가기로 했잖아. 그림은 다녀와서 그리자~
하늘이 : 안돼~ 지금 그리고 싶어
엄마 : 그러면 색칠은 나중에 하고 그림만 그려놓자
하늘이 : 안돼!! 지금 그리고 싶단 말이야~!!
엄마는 밑그림을 먼저 그려놓은 후에 점심 먹고 행정복지센터에 다녀와서 그림에 색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하늘이는 막무가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떼쓰기 시작했다. 아빠도 엄마의 제안을 이야기하며 타협점을 찾으려 했지만, 하늘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이는 떼쓰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 하늘이에게 엄빠가 화를 내고 말았다. 하늘이는 엄빠가 화를 냈지만, 전혀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 하늘이는 더 크게 울며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화가 난 아빠가 더 크게 화를 냈지만, 하늘이는 자기주장만 한다. 하늘이의 뜻을 주로 받아주었던 아빠의 화를 하늘이는 무시하며 아빠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하늘이는 더 크게 혼나기 시작하고 나서야 떼쓰는 것을 줄이기는 했지만, 자기주장은 여전했다. 아빠 역시 하늘이에게 져주지 않았다. 엄빠 모두가 하늘이에게 떼쓰기만 하는 하늘이 잘못이라고 이야기하자 하늘이도 잘못을 인정하려고 했다. 오늘은 아빠에게 마저 완벽하게 제압당하고 말았지만, 이렇게 기를 꺾어놓기만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평소 혼나면 아빠에게 안겨서 마음을 챙겼던 하늘이. 그동안 혼났던 것보다 더 크게 혼나고 기마저 완벽하게 꺾여버린 하늘이가 오늘도 아빠에게 안겼다. 아빠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었다. 아빠도 화를 가라앉히고 하늘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하늘이는 계속 울면서 이야기했다. 대답은 참 잘한다.
아빠 : 하늘아~ 가장 슬픈 게 뭐야?
하늘이 : 내가 아빠한테 같이 그림 그리자고 했는데, 아빠가 듣지 못한 게 가장 슬퍼~
아빠 : 그랬구나, 아빠가 듣지 못했어~ 아빠가 들을 수 있게 이야기해주지 그랬어...
하늘이 : 그래도~
아빠 : 그리고 슬펐던 게 뭐야?
하늘이 : 아빠가 나가라고 해서 슬펐어.
너무 완강하게 자기주장만 하며 우는 하늘이에게 아빠는 그렇게 고집부리려면 나가라고 했었다.
아빠 : 그래... 아빠가 화가 너무 많이 나서 그랬어. 나가라고 한 거는 아빠가 미안해~
아빠 : 엄마한테는 뭐가 슬펐어?
하늘이 : 엄마가 그림 그리지 말라고 이야기해서 슬펐어.
아빠 : 그랬구나. 그런데, 엄마는 밑그림만 그리고 색칠은 일 보고 와서 하자고 했잖아.
하늘이 : 으~응~~ 그런데, 그래도 슬퍼
아빠 : 그래서 하늘이가 많이 슬펐구나, 그러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자
아빠 : 우리 가족끼리 이야기할 때, 이야기를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에게 잘 들었는지 확인하고
아빠 : 화가 나도 나가라고 하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하늘이 : 응~ 알겠어~
아빠에게 이야기했는지 몰랐던 하늘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해 사단이 일어났다. 난청으로 인공와우를 하고 있는 하늘이가 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배려해주지 못한 엄빠의 잘못도 있지만, 그전에 하늘이에게 일정을 충분히 이야기해줬고 하늘이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는 그 순간에는 그림을 정말 많이 그리고 싶었나 보다.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엄빠 아니, 아빠의 대응과 상황이 안 좋게 변했지만, 자기주장만을 내세웠던 하늘이.
하늘이와 엄빠 모두에게 교훈을 주었던 상황이다. 가족 간의 대화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해야 하고, 화가 나도 극으로 치우치면 안 되겠다. 한 가지 하늘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자기주장만으로 세상을 살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8살(73개월, 태어난 지 2224일, 교정 2158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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