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이야기

2015년 12월 29일. 하늘이는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이라고 하지만, 아파서가 아니고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외래로 검진을 왔다가 담당 교수님이 영유아가 소화하기 힘든 검사들이 있어서 하루 입원해서 검사를 한다고 설명해 주셨었다. 하루 입원이라서 가능하면 하늘이가 힘들지 않도록 비용을 조금 치르더라도 2인실로 택했다. 마음 같아서는 1인실이면 더 좋겠지만, 금액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2인실도 다인실에 비해서는 많이 비싸지만, 하루 입원에 그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입원 당일에 병실이 없을 경우 1인실에 우선 입원 후에 5인실을 거쳐서 2인실로 옮겨진다고 했었는데, 입원 당일 마침 2인실이 비어있었다. 소아 병동은 7층인데, 이미 만원이라서 4층에 입원했다. 1년 전 엄마가 하늘이를 출산하면서 입원해있던 그 병동이다. 그래서 조금 여유로웠다. 얼굴을 아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직 많이 있었다. 그리고 하늘이가 입원해있던 신생아집중치료실(NICU)가 같은 층에 있다.



< 집중하며 놀고 있는 하늘이 >


처음 설명 들을 때는 MRI를 찍는다고 들었었는데, MRI뿐 아니라 피검사, 소변검사, X-Ray, 심전도, CT, 정신의학과, 소아신경과, 안과, 재활의학과, 사회복지사업팀 많은 곳의 전문의 선생님들-대부분 교수님-과 협진을 통해서 수술이 진행된다고 한다. 특히 하늘이는 지난 1년 동안 여러 차례 수술도 했고 수많은 검사도 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한다. 이른둥이라서 더욱 그러한가 보다.


첫 날


입원하고 소변검사, 피검사, X-Ray, 심전도, CT 촬영을 했다. 다른 검사들은 비교적 쉽게 끝났지만, CT 촬영은 수면제를 먹고 밤에 촬영했다. 원래 계획은 수면제를 먹은 시간동안 MRI 촬영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 MRI 촬영하러 가서 뉘운 순간 하늘이가 잠에서 깨버렸다. 한 차례 더 시도했지만, 또 깨서 하지 못했다. 결국 MRI촬영을 해야해서 하루 더 입원하게 됐다.


둘째 날


소아신경과, 정신의학과 교수님들이 면담을 오셨다. 하늘이가 듣지 못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아기라서 엄마에게 문진으로 여러가지를 물어보셨다고 한다. 면담 내용은 두 과기 거의 비슷했다고 한다. 그리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중간에 하늘이의 담당 교수님과 인공와우 수술을 하시게 된 집도의 교수님이 잠깐 다녀가셨다. 고도의 신경부위를 건드리는 수술이라 여러 과와 협진으로 수술을 해야해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꼭 필요한 검사들이니 힘들어도 검사를 끝내야 한다고 하신다. 그리고 수술일자도 정했다. 2016년 1월 11일 월요일. 담당 교수님과 우리 부부에게 딱 맞는 날이다. 더 빠른 날은 교수님 스케쥴이 꽉 차있다고 한다.


밤이 되는 것이 조금 부담이었다. 요새 하늘이는 오후 9시를 전후로 밤잠을 잔다. 그런데, 9시가 넘도록 MRI 촬영을 준비하는 소식이 없다. 아빠는 10시가 넘어서 집으로 왔다. 11시 40분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MRI 촬영하러 영상의학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잠을 청한다. 


CT, MRI 촬영을 하는 보통의 영유아들은 밤에 촬영을 한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두 가지 촬영은 비교적 촬영하는 시간이 길고 움직이면 안되서 그러는 것 같다. 특히 MRI는 어른들도 참 힘들다.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상상 이상의 소음도 힘들다. 그런데, 이번 MRI는 더욱 정밀한 결과가 필요한지 장장 1시간동안 촬영했다고 한다.


퇴원하는 세째 날


병원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 세째 날.

아빠가 8시까지 엄마 밥을 준비해서 가기로 해 놓고는 늦잠을 자버렸다. 40분 정도 늦게 도착해서 같이 아침을 먹고 기다린다. 특별히 할 일 없이 계속 기다린다. 오후에 한 가지 검사를 더 했다. 재활의학과에서 하는 언어발달검사. 말도 못배운 아가에게 어떻게 검사를 하나 궁금했는데, 엄마 아빠에게 하는 문진과 아기에 직접 소리를 들려주며 하는 검사를 약 30분간 한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몇 시간을 기다린다. 결국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넘도록 대기하고 검사는 끝이 났다. 


퇴원전에 담당 교수님이 병실에 들렀다. 모든 검사가 괜찮다. 특히 MRI 결과도 좋다. 양쪽 귀 모두 좋지만, 오른쪽 귀가 조금 더 좋아서 오른 쪽 귀를 먼저 수술한다. 수술일에 하늘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수술이 연기될 수 있으니,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정도였다.


오늘 하루 동안 한 가지 검사만 할 거였으면 미리 이야기라도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퇴근시간이 지나서 퇴원하느라 가퇴원으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한다. 며칠 만에 집에 온 하늘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7시에 우유 먹고 몇 시간을 소리지르며 놀다가 9시가 넘자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러나, 엄마는 없다. 하늘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엄마도 씻지 못해서 씻고 있었던 시간이다. 20분 정도 울다가 엄마 껌딱지가 되어 잠이 든다.



남은 이야기


두 달도 전부터 일어서서 놀았던 하늘이에게 2박 3일은 최악이었다. 링거를 맞기위해 꼽은 바늘을 발등에 꼽고 있었기 때문에 서서 놀 수 없었다. 처음에는 팔에 꼽았는데, 혈관이 잘 안보여 결국 발로 옮겼다고 한다. 어쩔수 없이 앉아서 놀거나, 안겨있어야만 했던 하늘이가 잘 버텨준 것도 참 감사하다.


생후 374일째, 교정 308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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