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이야기

하늘이의 발달 상태


병원에서 집에 온지도 벌써 4달하고도 10일이나 지났다. 우리가 퇴원을 원하기도 했지만, 급하게 퇴원하게 되면서 조금은 불안했었다. 초기 며칠 아니, 한 달 정도는 초보 엄마, 아빠는 허둥지둥하는 날들이 많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하늘이와 엄마, 아빠 모두가 적응이 되었다. 하늘이는 정말 잘해주고 있다. 퇴원해서 지금까지 특별히 아픈곳 없이 잘 커주고 있다. 보통의 아가들이 분유를 먹으면 토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하늘이는 단 한 번도 토를 해본적이 없다. 대견하다.


또 잘하는 것이 있다. 하늘이는 904g으로 작게 태어나서 퇴원했을 때 3.15㎏이었다. 근육이 너무 적었다. 태어나서부터 200일동안 치료와 수술을 이겨내야 했기에 더 못크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월령)이 있어서 인지 발달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뒤집기, 앞뒤로 기어가기, 잡고 일어서기, 잡아주면 걷기까지... 9월 둘째주부터 서서 놀기 시작했다. 이때가 교정 7개월이었다. 며칠 상간으로 걷기도 시작했다. 따라잡는 정도가 아니라, 앞지르기 시작했다. 모든 발달을 앞서는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정말 잘하고 있다.



흔적


하늘이 같이 작은 체중으로 태어난 이른둥이를 의학적으로는 극소저체중아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이른둥이에게는 흔적이 남는다. 태어나자마자 치료를 위해서 작은 몸에 주사바늘을 꼽는다. 영양공급을 위해서 정맥관 주사를 꼽는 작업은 보통 의사 선생님이 한다. 의사 선생님이 직접 바늘을 꼽는 이유는 핏줄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 하늘이가 태어난 날 하늘이의 주치의 선생님도 정맥관주사를 꼽을 때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30분이 넘게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피검사가 있어서 체혈 할 때 하늘이를 꽉 잡고 있을 기회가 있었다. 진단의학과 의사 선생님이 혈관을 찾느라 약 5분간을 팔뚝을 후비는데, 하늘이의 고통을 옆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순간은 내게도 고통이었다. - 어른들이 입원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정기적으로 주사를 바꾼다. 작은 아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른둥이는 이후에도 주사를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퇴원하는 날까지... 양 손, 양 발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늘이가 태어났을 때 손의 크기가 내 엄지 손톱 정도였다. 그 손등에 수없이 많이 주사바늘을 찔려야 했다. 혈관을 찾기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찔린 주사바늘 자국들이 흉터로 남게 된다.




이 외에도 이른둥이들은 아가들의 상태에 따라서 몇 가지 수술을 더하는 경우가 있다. 하늘이는 심장수술과 장수술을 더했다. 심장수술은 동맥관개존증이라는 수술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동맥관이 열려 있다가 태어나면 자연적으로 닫혀야 하는데, 닫히지 않아 수술로 묶어주는 수술이다. 이 수술로 옆구리에서 등쪽으로 길게 수수자국이 하나 있다. 


장 수술은 괴사성장염으로 인해서 소장의 일부를 잘라주는 수술이었다. 대략 50㎝ 이상을 잘라냈다. 심장 수술보다 더 위험했던 장 수술. 사실 수술보다 장이 괴사되어 몹시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가슴에 작은 흉터가 더 있다. 이른둥이 중에 잘 크지 못하면 심장과 가까운 정맥관에 튜브를 꼽고 그곳으로 영양분을 공급해서 더 빨리 클 수 있게해주는 시술이다. 한 달 동안 오른쪽 가슴에 관을 꼽꼬 있어야 했다. 하늘이가 가슴에 튜브를 꼽고있는 동안 체중이 아주 많이 늘었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이는 뒷통수가 많이 못생긴 짱구다. 심장수술을 하고 누워있을 때 하늘이는 짱구베게를 할 수 없을 만큼 작았다. 덕분에 머리 모양을 신경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설사 수술을 안했다 하더라도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이른둥이들 머리모양에 신경써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맥관개존증 수술로 남은 수술자국. 왼쪽 옆구리에서 등쪽으로 약 10㎝



괴사성장염 수술자국. 오른쪽 옆구리부터 배꼽 밑까지 약 10㎝



가슴 정맥관 튜브자국. 턱과 오른쪽 젖꼭지 사이에 약 5㎜ 크기



생후 333일째, 교정 267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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