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를 애타게 하던 시간이 흐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원을 하게 되었어요.
임신중독증으로 엄마를 힘들게 하다가 입원하고 13일만에 2014년 12월 23일 오후 3시 33분 제왕절제술로 세상의 빛을 본 하늘이가 출생 200일인 2015년 7월 10일 드디어 병원밖으로 첫 발을 내딛었어요.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몇 번의 힘든 고비를 격으며 엄마, 아빠는 의사 선생님들과 갈등을 격기도 했지만, 하늘이는 잘 견디고 이겨내서 드디어 퇴원을 했어요.
2015년 6월 3주. 이 때쯤부터 하늘이는 특별한 처방없이 먹고, 싸고, 자는 것만 하고 있었어요. 면회시간에 하늘이의 상태에 대해서 간호사 선생님, 주치의 선생님의 설명이 있는데, 이 무렵부터는 하늘이의 상태에 대해서 몸무게만 이야기 해주고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요. 오늘은 체중이 몇 g이에요. 오늘은 몇 g 빠졌어요. 오늘은 몇 g 늘었어요.
엄마는 주치의 선생님한테 이야기 했어요. 퇴원은 언제쯤 가능하지가 가장 궁금했어요. 장루를 넣는 수술을 하고 보통의 아이들은 5~10일 사이에 퇴원을 하는데, 하늘이는 3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3번의 장수술을 하면서 괴사된 장을 제법 잘라내야 했기때문에 먹는만큼 소화를 시키지 못하면 퇴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하늘이는 소화도 제법 시키고 있었어요.
하늘이의 문제는?
하늘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있었어요. 하지만, 잘 소화시키는 일이 부족했어요. 정상아들은 발육은 평균 7.8㎏, 66㎝ 인 반면에 하늘이는 3.15㎏ 으로 몸무게는 절반도 안되고 키는 51㎝로 15㎝ 정도가 작다. 3번의 장수술과 1번의 심장수술 그리고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 혈액 산증 등으로 쑥쑥 크는데 방해꾼들이 많았으니 그럴 수 밖에...
그리고 지금은 소장이 많이 짧아져서 정상아 보다 흡수 시키는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몸무게는 꾸준히 늘어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늘고 있지만,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발육이 늦다. 당연히 늦을 수 밖에 없겠지. 그래도 잘크고 발달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과의 갈등
약 10일 전에 엄마가 주치의 선생님께 퇴원에 대해서 물었다. 그 당시에 주치의 선생님은 말도 안된다. 몇 달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에게 면회 때마다 해주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무엇 때문에 몇 달이나 더 걸린다고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 날 면회 때 아빠가 주치의 선생님에게 퇴원에 대해 다시 물었더니, 정 그렇게 원하면 교수님 면담을 시켜준다고 한다.
며칠 후 교수님 면담이 성사 되었다. 안타갑게도 회사일로 엄마 혼자서 면담을 할 수 있었다. 면담은 의외였다. 소아과 교수님과의 면담이 아니고, 마지막 장루 수술을 해주신 외과 교수님이자 병원장님과의 면담이었다. 더욱이 면담은 정말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다. 외과 교수님은 퇴원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면담은 짧게 끝났다. 신생아중환자실로 돌아온 엄마는 주치의 선생님에게 그대로 전했더니, 주치의 선생님과 주변의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가 똑같은 표정으로 어이없어 했다고 한다. 불과 며칠 전에는 몇 달이 걸린다고 했는데, 퇴원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아과 교수님께 다시 확인해본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주치의 선생님과 다시 이야기 하는데, 소아과 교수님은 체중이 걸린다고 하면서 퇴원에 대한 이야기는 끝을 흐린다.
주치의 선생님은 또 입장이 바뀐다. 퇴원은 언제쯤 가능한지 물으니까 아직은 몸무게가 걸리는데, 퇴원하고 싶으면 퇴원하란다. 이제 책임을 엄마에게 미룬다. 다음 날인 2015년 7월 9일은 같이 면회를 갔다. 주차 문제로 자리를 비우면서 주치의 선생님께 질문할 내용 몇 가지를 엄마에게 전해주고 차로 갔다.
1) 하늘이가 아직 퇴원하면 안되는 상태인가요? 2) 퇴원이 안되면 병원에서 하늘이에게 하는 특별한 처치는 있나요? 3) 몸무게가 문제라면 병원에서 몸무게가 잘 늘어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나요? |
예상한대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한 가지였다. 할 말이 없어진 주치의는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다른 아이 엄마에게 갔다. 우리 부부는 면회시간이 끝나서 그냥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주에는 퇴원을 하지 못하겠구나.
오후 6시가 될 무렵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하늘이를 가장 예뻐해준다는 간호사 선생님이었다. 내일 아침 9시30분까지 병원으로 오세요. 내일 퇴원하세요. 깜짝 놀라서 다시 물었다. 정말요? 교수님이 퇴원해도 된데요?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병원에 6개월 매일 다니면서 본 퇴원하는 아가들은 퇴원 일자를 미리 이야기 해줘서 준비 할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는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이 퇴원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부랴부랴 저녁을 챙겨먹고 퇴원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사오고, 저녁 9시가 넘어서 대청소까지...
또 한 번의 실수
날이 밝고 9시 30분까지 병원에 가려고 평소보다 서두르는 아침시간. 8시 50분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심사가 길어지니 11시까지 병원에 오세요. 이제 병원에 기대하지 말아야 겠다. 갑자기 여유를 가진다. 느긋하게 병원에 가서 퇴원하고 집에오니, 1시가 되었다. 하늘이 밥 때가 되어 밥을 먹이고 늦게 엄마, 아빠도 점심을 때운다.
200일 만에 집에 온 하늘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필요한지 잠을 못잔다. 저녁까지 먹고 7시가 되서야 잠이 든다. 며칠 더 고생하면 적응하겠지...
생후 200일재, 교정 135일재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