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이야기

정신차려!

이른둥이 l 2019. 3. 2. 22:06

이른둥이로 태어난 하늘이는 오랜 입원과 청각장애로 인공와우 수술을 했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보다 어린이집 생활이 늦었고, 어린이집 생활도 한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이 생활을 했었다. 인공와우 수술 후 말을 늦게 배운 이유다. 또래에 비해 체격이 작은 이유도 있다.


그러던 중 올해 유치원에 보내기위해 작년 가을에 엄마는 하늘이의 환경을 바꾸어주었다. 어린이집을 옮겨 동갑내기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게 해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하늘이의 체격을 보며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금세 없어졌다. 하늘이는 아파트 놀이터에서도 제법 주도적으로 생활한다. 하늘이보다 큰 누나, 형들하고 놀면서도 하늘이가 놀이를 주도하는 모습을 봤었다. 어쨌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하늘이를 대견해하고 있었다. 2019년 2월 25일. 지난 월요일 어린이집에 마지막 등원하고 수료식도 못하고 수료했다. 엄마가 담임선생님께 고마웠다고 인사말을 톡으로 보냈더니,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하늘이 정말 잘했는데, 이렇게 끝내기 아쉽다고 하셨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 대부분이 그러셨다고 한다.


어쨌든!

하늘이는 어린이집을 옮기고 많은 발전이 있었다. 색을 구분하지만 어떤 색인지 말을 못했었는데, 이제 많은 색을 말할 수 있다. 색이 추상적이라 그렇다고 한다. 선을 그리는 것도 훨씬 잘 그린다. 특히 언어 발달이 많이 늘었다. 발음은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어휘가 많이 늘었다.


언제부턴가 하늘이가 자주하는 말이 있다.


하늘이 : 아빠! 그건 나쁜 말이지~!


평소 아빠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하늘이는, 아빠와 이야기하다가 하늘이가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오늘 저녁. 저녁을 먹은 후 잠시 TV시청을 마친 하늘이를 재우려 준비하다가 장난을 쳤다. 보통은 아빠와 양치하고 엄마와 자러 가거나, 하늘이가 기분에 따라 아빠도 같이 자러가자고 한다. 오늘은 엄마랑 둘이서 자겠다고 한 날이다. 그런데, 양치를 하고서 엄마가 하늘이 입술에 립크로즈를 발라주었다.


아빠 : 하늘아~ 아빠하고 양치하고 엄마가 입술에 립크로즈 발라줬지? 그럼 아빠하고 자야겠네!

하늘이 : 아니야~ 엄마하고 자야해!

아빠 : 아빠, 엄마 한 번씩 해줬으니까 이제 아빠 차례잖아~ 그러니까 아빠하고 자야지?

하늘이 : 안 돼~ 엄마하고 자야해!

엄마 : 하늘아~ 그러면 아빠한테 하늘이 잠옷 단추 잠가달라고 해~

하늘이 : 아빠~ 이거 잠가주세요~


아빠가 잠옷의 단추를 하나를 잠가주니, 몸을 돌리며 엄마한테 가며


하늘이 : 엄마랑 잘거야!

아빠 : 하늘아~ 나머지 엄마가 잠가줄거니까 아빠랑 자야겠네?

하늘이 : (아빠를 가리키며) 너! 정신차려!



순간 엄마, 아빠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러면서 하늘이에게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느냐고 했더니, 배운적이 없다고 한다. 한참을 웃다가 하늘이에게 그래도 아빠한테 너라고 하는건 아니라고 알려주고 엄마는 하늘이를 재우러 갔다.






6살(51개월, 태어난지 1531일, 교정 1465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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