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2019년 12월 30일)에 가족 송년모임이 있었다. 퇴근 후에 참석하느라 제일 늦게 음식점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늘이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조금 과장하면 황송했다. 먼저 도착한 가족은 이미 음식을 먹고 있었고 하늘이도 음식을 제법 먹었던 모양이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하늘이가 제일 먼저 달려왔다. 그리고 아빠의 자리를 잡아주더니, 아빠의 수저와 접시, 몇 가지 음식들을 아빠 먹으라며 모아준다. 어리둥절했다.
사실 하늘이와는 감정싸움을 자주 했었다. 2019/03/02 - [이른둥이] - 정신차려!
나중에 알게 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하늘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들어왔던 자주 듣는 팟캐스트, 요즘에는 유튜브로 시청하는 청년의사의 나는 의사다에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다뤘던 싫어병에 걸린 아이, 대체 뭐가 문제야? 편을 듣고서야 하늘이가 아빠를 막대했던 이유를 알았다. 그전까지는 하늘이가 아빠를 막대하는 상황들에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가끔은 어린 하늘이와 감정싸움도 하기도 했다. 감정싸움을 하고 나서 바로 후회를 했었다. 만 5세도 안된 어린 아들과 감정싸움이라니! 이른둥이로 일찍 태어나서 고생을 했고, 청각장애로 소리를 듣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던 아이라은 것을 생각하면 더 많이 미안했었다.
사실 엄마는 하늘이와 아빠의 감정싸움을 줄이려고 먼저 방법을 찾아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늘이가 잠자기 전에 하는 양치는 아빠와 하도록 주문했고,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이면 하늘이 씻기는 일을 아빠에게 맡겼다. 아빠와 하늘이가 같이 하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지난 연말이 지나면서 매일 성장하는 하늘이를 보면 대견하다. 아직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하늘이는 아빠를 잘 챙기고 있다. 최근 들어 바뀐 것이 더 있다. 새벽에 잠에서 깨면 엄마만 찾았었는데, 요즘에는 아빠를 찾는 빈도가 많이 늘었다.
남자아이의 경우 태어나 성장하면서 돌 무렵을 지나 걸을 수 있게 되면, 이때부터는 놀면서 엄마의 눈에서 잠시 멀어져 놀다가 엄마가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놀기를 반복하면서 엄마와 멀어지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이런 시기를 지나면서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이 되면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벗어난다고 한다. 이제 하늘이도 그런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다.
덧, 아직은 품속의 아들 하늘이는 매일 잠자기 전에 아빠와 하는 의식이 있다. 잠잘 준비가 끝나면 침대 위에서 한 바퀴 굴러 아빠에게 온다. 그리고는 서로 안으며 사랑해~ 라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볼에 뽀뽀를 한다. 그리고 엄마와 동화책을 읽고 잠을 잔다. 아직은 하늘이가 받아주어 할 수 있는 의식이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ㅎㅎ
7살(63개월, 태어난 지 1910일, 교정 1844일째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