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생후 46일(2015.2.7)
금식이 풀리고 어제까지 며칠 안됐다. 모유를 2cc로 시작해서 15cc까지 늘린 시간이 무척 짧았다. 모유까지 먹으니 이제 좋아지는가 싶어 기분좋게 토요일 오전면회를 갔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하늘이를 봤다. 가슴이 꽤 넓어졌다. 하늘이 많이 컸다며 칭찬해주고 있었는데, 간호사샘이 오시더니 면회하고 있으라며 주치의 선생님이 설명해 주실거라 하신다.
잠시 후 주치의 선생님 오시더니, 엄마랑 같이 왔냐고 묻는다. 같이 왔다하니 한 번에 설명해준다고 한다. 짝꿍을 불렀다.면회는 1명씩 가능하다 짝꿍과 둘이 인큐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짝꿍은 하늘이를 보자마자 기관삽관 다시했네? 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기관삽관을 하고 있다. 어제 소변을 잘 못본다고 했는데, 그 때문에 많이 큰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제 1530g 이었는데, 어제 1650g 이란다. 상태가 안좋아서 체중을 줄인다고 들었는데, 체중이 늘었다. 이유는 소변을 못봐서 그렇다고...
주치의 선생님이 다시 오셨다. 어제 하늘이는 열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열이 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째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고 둘 째 감염에 의해 그럴 수 있다. 현재 하늘이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하신다. 소변을 못보면서 전해질(염분, 칼륨) 배출이 안되면서 이런다고...
여러가지가 복합적인데
1) 열이 오르며 혈압이 떨어졌고
2) 그로 인해서 장기에 혈액공급이 약해지고
3) 따라서 장기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4) 그 중에 출생시 미숙했던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서 소변이 안나오고
5) 소변이 안나오니 전해질 배출이 안되면서 상태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전반적으로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고 하신다. 참, 주치의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나는 오늘 처음 만났다. 주치의 선생님이 이전 선생님보다 더 이해하기쉽게 잘 설명해 주신다.
그러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수 있다고 한다. 아프다. 하늘이가 많이 아프다. 나도 아프다. 이런 이런 이야기를 듣는동안 짝꿍은 인큐베이터 안의 하늘이만 바라본다. 잠깐 고개를 돌렸다. 눈시울이 조금 빨개졌다.
짝꿍이 한 마디 한다. 오늘부터는 하루 두 번 면회를 와야겠단다. 사실 매일 면회는 며칠 안됐다. 그동안 내가 시간 될 때만 같이 왔었는데, 며칠 전 다른 엄마들을 보고서 하루 한 번이라도 면회해야 겠다고 했는데, 지금 하늘이의 상태를 듣고는 하루 단 두번 뿐인 면회를 모두 와야겠다고 한다.
하늘이의 대사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으나, 초기 괴사성장염때는 잘 넘겼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하늘이가 이겨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늘아 지금 고비만 넘기면 될 것 같아~ 힘내자! 아프지 말자!
덧, 박순백 박사님의 하늘이 응원
하늘이, 건강히 크길 바랍니다. 관계있는 다른 얘길 하나. 제가 상당히 건강한 편입니다. 근데 제가 니들 포피아(needle phobia)가 있습니다. 죽어도 주사 못 맞습니다. 그래서 헌혈 같은 거 하고 싶어도 정말 바늘로 찌르는 게 무서워서 못 합니다.ㅜ.ㅜ 회사의 건강 검진은 어쩔 수 없어서 하고, 그 때 채혈하는 것 때문에 진단일까지의 이틀이나 사흘은 약간 스트레스도 받습니다.
오래되지 않은 언젠가 식구들 앞에서 그런 얘길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님이 저도 모르는 말씀을 한 가지.
"쟤가 아주 어릴 때 몸이 약해서 워낙 주사를 많이 맞다보니 아직까지도 그런가 보네..." "오..... 제가 기억도 나지 않는 유아 시절엔 많이 아팠었나요?" "어릴 땐 계속 병을 달고 살아서 매일 병원에서 살다시피했었지."
그제야 제 의문이 풀린 겁니다. 그 어린시절엔 저도 병치레를 많이하고, 그리 건강한 아이가 아니었다는 걸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하늘이도 비록 니들 포비아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런 걸 다 잊고 사는 아주 건강한 청소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from 박순백 |
박순백 박사님.
인라인, 스키 매니아 사이에서 왠만하면 그를 알고 있다. 우리 나라에 들어온 익스트림스포츠 중 스키, 스케이트 분야에서 1세대라고 보면 된다. 일방적인 팬의 입장에서 막연히 알고 있던 박사님을 몇 해 전에 홍대 근처의 빌딩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들 드리게 되었다. 그 후에 페이스북에서 박사님이 먼저 나를 찾아내어 친구 신청을 해오시기도...
어쨋든, 많은 분들이 하늘이를 위해서 응원해주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