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가 신생아 중환자실 NICU에서 퇴원하고 집에 온 후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목욕을 하는 중에 조금 이상해서 만져보니 오른쪽 고환이 느껴지지 않았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진료를 했지만, 천천히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6개월 이후에 다시 보자고 했었다. 잠복고환 진료를 다시 했어야 하지만, 하늘이에게는 다른 더 중요한 수술이 생겨버렸다. 인공와우!
그사이 난청을 알게 됐고, 난청을 극복하기 위해서 하늘이는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과 매핑에 전념했다. 소리의원을 알게 되고 시작된 본격 재활. 소리의원에서 왼쪽 귀 인공와우 수술과 계속된 언어, 음악재활에 매진하느라 잠복고환은 계속 미뤄졌다.
재활을 거듭 진행할수록 듣기, 말하기가 좋아져 엄빠와 소통도 점차 좋아지고 비장애 아이들의 정상발달을 따라가는 하늘이. 잠시 잊고 있던 잠복고환을 다시 진료했다. 6개월 이후에 다시 보자고 했고,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겠다는 소견이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수술은 피할 수 없었다. 수술을 진행하려 이비인후과에 협진을 하면서 하늘이는 인공와우로 인해서 수술 중 출혈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기소작기 사용이 극히 제한된다는 소견을 비뇨기에 통지했다.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비뇨기과 교수이자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병원장님은 수술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을 권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소아비뇨기과 한상원 교수님이 잠복고환의 대가라고 하면서...
결국 우리는 소견서와 영상 CD를 가지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 했다. 엄마는 한상원 교수님에 대해서 알아봤다며, 만져만 보면 즉시 판단을 한다고 했다. 어떤 경우는 수술로 전원한 아이의 고환을 만져보고 수술이 필요 없다고 한다고도 했다. 하늘이의 첫 진료에서 교수님은 수술로 결론을 내렸고 11월 27일 수술 예약까지 했다. 다른 병원과는 다르게 세브란스병원의 잠복고환 수술은 당일 입퇴원 시스템이었다. 하늘이는 11월 27일 오전 7시에 입원해서 수술 후 회복하고 오후에 퇴원하기로 했다. 아빠도 휴가를 내고 계획대로 잘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열을 잰 후에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바로 열을 쟀고, 수술실로 내려갈 때까지 주기적으로 열을 쟀다. 37℃정도로 좋은 컨디션이었다. 당일 입퇴원 병실에서, 그리고 수술실 앞에서 항생제 거부반응을 계속 물어본다. 지금까지 하늘이는 항생제 거부반응이 없었다. 수술 하루 이틀 해보나...
그런데, 항생제를 투약하고 10~2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간호사 선생님이 하늘이 얼굴이 빨개진다고 열을 쟀다. 헉!! 하늘이의 체온이 39℃다. 뭐지? 의료진은 바빠졌다. 나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수술실로 내려오기 전까지 체온은 지극히 정상이었은데, 수술실에 도착한 지 30분도 안돼서 열이 39℃까지 올라 황당한 마음뿐이었다. 마취과, 소아비뇨기과 모두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수술은 취소됐다. 전신마취를 하면 폐렴이 올 수 있는데, 체온이 높으면 폐렴이 올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많이 높아져서 수술은 미룰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생아 때부터 몇 차례나 수술을 했기 때문에 열이 나면 수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위험부담을 안고 수술을 할 수는 없었다. 병실로 올라왔고, 결국 하늘이 손등에 꼽았던 주삿바늘을 빼냈다. 잠시 대기하면서 열이 떨어져 정상체온을 확인하고 퇴원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당일 입원실에 2시간, 수술실에서 30분, 다시 당일 입원실에서 1시간. 체온이 갑자기 올랐다가 내려간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이었다.
12월 10일 엄마의 생일. 그리고 하늘이의 잠복고환 수술 날이다. 엄마의 생일은 전날 조촐하게 치렀다. 우리는 다시 세브란스 병원에 왔다. 코로나 19로 간병은 1인만 가능해서 엄마가 병실을 지켰다. 입원은 했지만, 주삿바늘을 꼽지 않았다. 주삿바늘을 꼽지 않은 하늘이는 신이 났다고 한다. 이번에는 하루 입원하면서 항생제 반응 검사도 했다.
다시 아침이 됐다. 엄마는 주사를 꼽은 하늘이를 돌보느라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하늘이가 금식이라 엄마도 같이 강제 금식을 해야 했다. 아침에 하늘이는 37℃를 조금 넘은 미열이 다시 있었지만, 그 정도는 문제없다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시간은 짧았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 마취에서 깬 하늘이는 엄마가 없어 불안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마취기운이 남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한다. 병실에 와서는 많이 조용해졌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병실 상황을 톡으로 전해 들으니, 답답함도 있었다. 그래도 제법 잘 견뎌준 하늘이가 대견하다. 3년 전 왼쪽 인공와우 수술을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하늘이의 반응이었다. 이번에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그래도 잘 견뎌낼 거라고 엄빠에게 손 잡아달라며, 주사 맞을 때 눈 가려 달라는 하늘이를 보며 이제 제법 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늘아~ 수술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 이제 수술부위 상처가 아물고 움직임이 편해지면 다시 활발한 하늘이의 모습을 보여줄 거지? 고마워~
7살(72개월, 태어난 지 2183일, 교정 2117일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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