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이번에는 Zoom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우리 가족은 소리의원에서 왼쪽 귀 수술을 하고 난 후인 2017년 가을부터 참가했고, 그 해에도 영상을 출품해서 우수상을 받았었다. 2018년에는 수기를 출품해서 또 상을 받았었고, 2019년에는 출품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하늘이 말 한마디의 감동으로 영감을 받아 마지막으로 영상을 출품하자고 엄빠가 동의하고 영상을 만들었다. 또 상을 받았다. 3년 연속으로 상을 받다보니, 지난여름 학령전기 언어재활, 음악재활을 졸업하면서 엄빠는 더 이상은 염치가 없다고 출품은 그만 하자고 했었다.
그리고 소리의원에서 소리와우 패밀리데이 준비차 학령전기 재활프로그램(영어)에 참여 여부를 물었다. 엄빠는 주저 없이 참여하기로 했고, 재활프로그램으로 익힌 활동을 소리와우 패밀리데이 행사에서 아이들의 공연으로 선보였다. 그 사이 영상출품을 하겠냐는 언어재활팀장님의 권유를 받았다. 염치가 없다고 했는데, 팀장님은 그것도 능력이라며 거듭 권유해서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승낙은 했지만,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하늘이의 말에 다시 영감을 받았다.
하늘이 : 아빠~ 소리의원 놀이해요!
결국 소리의원 놀이로 3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하늘이가 많이 성장했고, 소통이 잘되면서 영상을 만들며 연출을 가미할 수 있었다. 작년에 비해 협조가 잘됐고, 연기력도 나름 좋았다. 그렇게 만들어낸 영상으로 올해도 상을 받았다.
예정보다 10주나 빨리 태어난 하늘이는 보통의 만산으로 태어난 아가보다 키는 약 15Cm 작게 그리고 몸무게는 2㎏ 정도 가볍게 태어났다. 이른둥이는 대부분 만산으로 태어난 아가보다 작지만, 크면서 발육은 따라잡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었다. 하늘이의 발육은 만산으로 태어난 아가들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만, 발육이 더 많이 벌어지지는 않고 있다. 괴사성 장염으로 소장을 절반 정도 잘라내야 했기에 발육을 따라잡지 못하고 더 차이가 생기지 않는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엄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늘이는 두상이 작아 크면서 자연 해결될 거라고 했던 가래가 이번 가을에도 조금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일시적인 효과를 보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 진료를 보러 갔었다. 단순히 약으로 조금 가라앉게 해주려 소아청소년과 서유리 교수님의 진료를 보러 갔었다. 하늘이를 오래 지켜보셨던 교수님 덕에 성장클리닉 접수를 도움받아 겨울이 오기 전에 같은 과의 성장클리닉 전문 교수님인 김지현 교수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2020년 11월 11일
예전부터 진료를 보고 싶었지만, 항상 6개월 예약이 만원이라 접수조차 못했던 김지현 교수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서유리 교수님께 이야기를 들었었다고 우리를 맞아 주셨다. 성장클리닉 진료를 많이 봐와서 그런지 하늘이의 식습관을 이야기하니 A 부터 Z까지 특성을 꿰차고 계셨다. 1차 가볍개 문진을 하고 성장판 X-Ray 촬영을 하고 다시 2차 문진을 했다. 하늘이의 경우 3% 이내의 작은 발육으로 국민건강보험 대상이 된다고 하셨다. 영아 때부터 시작하는 아가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늘이가 늦은 건 아니라고 하셨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작했다면 더 빨리 또래와 같은 발육상태를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진료를 하던 중 교수님께서 주사 이야기를 하시자, 하늘이가 무서워서 아빠와 하늘이는 진료실에서 자리를 잠시 피했다. 엄마가 교수님과 진료를 마치고 피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하셨다. 바로 검사를 하면 좋았을 텐데, 그날은 하늘이와 주사는 맞지 않는다고 약속해서 차후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그 사이 잠복고환 수술도 있어 시간은 제법 뒤로 밀렸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잠복고환 수술을 하고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다시 피검사를 했다.
2020년 12월 14일
엄마와 하늘이는 다시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일주일 전에 검사했던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김지현 교수님을 다시 만났다. 첫 진료때 안내받았던 유트로핀펜 주사를 받아왔다. 그리고 오늘 2020년 12월 15일 전담 간호사 선생님과 톡과 전화(영상)로 주사 방법을 교육받았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간호사 선생님이 집에 방문해서 직접 설명과 실습을 해주신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 간호사 선생님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때 하늘이는 밥을 1/3정도 먹었을 때였다. 엄빠는 조금 불안했지만, 엄마는 걸려온 전화통화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주사 이야기가 나오자 하늘이는 또 불안함에 갑자기 밥을 빨리 먹는다. 주사는 밥 잘 먹고 말 잘 들으면 하지 않는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유트로핀펜은 밤에 잠자기 전에 주사를 한다. 알려져 있기로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가장 많은 시간이라 그런 것 같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의 김지현 교수님은 재우고 30분 정도 지나면 숙면 상태라 그때 주사하면 편하다고 했는데, 낮에 전화를 주셨던 간호사 선생님은 혹시 혼자 주사하다가 아이가 움직이면 바늘에 찔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엄빠는 결심했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잠자기 전에 하늘이에게 이실직고를 했다. 다만, 주사는 아니고 침 같은 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하늘이는 두려움에 울면서 이야기했다.
하늘이 : (흐느끼며 ) 아빠~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눈은 가려줘야 해
아빠 : 알겠어. 그래도 하늘이가 무서우니까 아빠가 눈 가려줄께! 아프지 않아!
하늘이 : (흐느끼며) 그래도~~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그사이 엄마는 냉장고에 보관 중인 유트로핀펜 주사와 소독솜, 유트로핀펜 바늘을 가지고 왔다. 낮부터 몇 번이나 봤던 영상과 간호사 선생님과의 전화통화. 그리고 머릿속으로 했던 시뮬레이션을 떠올렸다. 그런데, 하늘이의 반응에 엄마는 머리가 하얗게 됐다며 조금 뜸을 들였다. 그래도 잘했다. 하늘이 허벅이지에 유트로핀펜 바늘이 들어갔는데, 반응이 거의 없다. 잘 참아냈다. 하늘이에게 아픈 정도를 물었는데, 별로 아프지 않다고 한다. 다행이다. 평소 주사에 대한 두려움은 엄마, 하늘이 모두 같다. 아빠는 헌혈을 밥 먹듯 하는데....
하늘아~ 이제 유트로핀펜 주사하고 발육도 따라잡자. 성장호르몬이 태어나면서 정해진 키보다 크게 해 주지는 못하지만, 정해진 만큼은 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니, 매일매일 주사 잘 맞자. 화이팅~!!
덧, 하늘아~ 발육이 2년 정도 뒤쳐진 하늘이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더 큰 사회로 삶의 영역이 넓어진다. 아직은 어려 잘 모르지만,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작은 체구 때문에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은 엄빠의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라!
하늘이가 신생아 중환자실 NICU에서 퇴원하고 집에 온 후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목욕을 하는 중에 조금 이상해서 만져보니 오른쪽 고환이 느껴지지 않았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진료를 했지만, 천천히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6개월 이후에 다시 보자고 했었다. 잠복고환 진료를 다시 했어야 하지만, 하늘이에게는 다른 더 중요한 수술이 생겨버렸다. 인공와우!
그사이 난청을 알게 됐고, 난청을 극복하기 위해서 하늘이는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과 매핑에 전념했다. 소리의원을 알게 되고 시작된 본격 재활. 소리의원에서 왼쪽 귀 인공와우 수술과 계속된 언어, 음악재활에 매진하느라 잠복고환은 계속 미뤄졌다.
재활을 거듭 진행할수록 듣기, 말하기가 좋아져 엄빠와 소통도 점차 좋아지고 비장애 아이들의 정상발달을 따라가는 하늘이. 잠시 잊고 있던 잠복고환을 다시 진료했다. 6개월 이후에 다시 보자고 했고,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겠다는 소견이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수술은 피할 수 없었다. 수술을 진행하려 이비인후과에 협진을 하면서 하늘이는 인공와우로 인해서 수술 중 출혈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기소작기 사용이 극히 제한된다는 소견을 비뇨기에 통지했다.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비뇨기과 교수이자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병원장님은 수술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을 권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소아비뇨기과 한상원 교수님이 잠복고환의 대가라고 하면서...
결국 우리는 소견서와 영상 CD를 가지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 했다. 엄마는 한상원 교수님에 대해서 알아봤다며, 만져만 보면 즉시 판단을 한다고 했다. 어떤 경우는 수술로 전원한 아이의 고환을 만져보고 수술이 필요 없다고 한다고도 했다. 하늘이의 첫 진료에서 교수님은 수술로 결론을 내렸고 11월 27일 수술 예약까지 했다. 다른 병원과는 다르게 세브란스병원의 잠복고환 수술은 당일 입퇴원 시스템이었다. 하늘이는 11월 27일 오전 7시에 입원해서 수술 후 회복하고 오후에 퇴원하기로 했다. 아빠도 휴가를 내고 계획대로 잘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열을 잰 후에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바로 열을 쟀고, 수술실로 내려갈 때까지 주기적으로 열을 쟀다. 37℃정도로 좋은 컨디션이었다. 당일 입퇴원 병실에서, 그리고 수술실 앞에서 항생제 거부반응을 계속 물어본다. 지금까지 하늘이는 항생제 거부반응이 없었다. 수술 하루 이틀 해보나...
그런데, 항생제를 투약하고 10~2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간호사 선생님이 하늘이 얼굴이 빨개진다고 열을 쟀다. 헉!! 하늘이의 체온이 39℃다. 뭐지? 의료진은 바빠졌다. 나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수술실로 내려오기 전까지 체온은 지극히 정상이었은데, 수술실에 도착한 지 30분도 안돼서 열이 39℃까지 올라 황당한 마음뿐이었다. 마취과, 소아비뇨기과 모두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수술은 취소됐다. 전신마취를 하면 폐렴이 올 수 있는데, 체온이 높으면 폐렴이 올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많이 높아져서 수술은 미룰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생아 때부터 몇 차례나 수술을 했기 때문에 열이 나면 수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위험부담을 안고 수술을 할 수는 없었다. 병실로 올라왔고, 결국 하늘이 손등에 꼽았던 주삿바늘을 빼냈다. 잠시 대기하면서 열이 떨어져 정상체온을 확인하고 퇴원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당일 입원실에 2시간, 수술실에서 30분, 다시 당일 입원실에서 1시간. 체온이 갑자기 올랐다가 내려간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이었다.
12월 10일 엄마의 생일. 그리고 하늘이의 잠복고환 수술 날이다. 엄마의 생일은 전날 조촐하게 치렀다. 우리는 다시 세브란스 병원에 왔다. 코로나 19로 간병은 1인만 가능해서 엄마가 병실을 지켰다. 입원은 했지만, 주삿바늘을 꼽지 않았다. 주삿바늘을 꼽지 않은 하늘이는 신이 났다고 한다. 이번에는 하루 입원하면서 항생제 반응 검사도 했다.
다시 아침이 됐다. 엄마는 주사를 꼽은 하늘이를 돌보느라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하늘이가 금식이라 엄마도 같이 강제 금식을 해야 했다. 아침에 하늘이는 37℃를 조금 넘은 미열이 다시 있었지만, 그 정도는 문제없다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시간은 짧았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 마취에서 깬 하늘이는 엄마가 없어 불안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마취기운이 남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한다. 병실에 와서는 많이 조용해졌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병실 상황을 톡으로 전해 들으니, 답답함도 있었다. 그래도 제법 잘 견뎌준 하늘이가 대견하다. 3년 전 왼쪽 인공와우 수술을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하늘이의 반응이었다. 이번에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그래도 잘 견뎌낼 거라고 엄빠에게 손 잡아달라며, 주사 맞을 때 눈 가려 달라는 하늘이를 보며 이제 제법 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늘아~ 수술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 이제 수술부위 상처가 아물고 움직임이 편해지면 다시 활발한 하늘이의 모습을 보여줄 거지? 고마워~
올해는 오늘부터 아빠가 여름휴가를 쓰기로 했대요. 하지만,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라서 올해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잠깐만 다녀오기로 했대요. 그래서 택한 곳이 영종도래요.
아침 먹고 집에서 놀고 있는데, 엄빠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으며 하늘이도 같이 입었어요.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엄빠와 같이 차에 올라탔어요. 차 타고 가면서 바다 보러 간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알았어요.
우선은 점심을 먼저 먹는다고 했어요. 아빠 직장에서 가까운 칼국수 잘하는 집이라고 이야기해주던 곳이에요. 1시간 정도 운전하고 도착한 곳은 영종도에 있는 유명한 칼국수집이에요. 기다리던 사람이 조금 있었어요. 아빠는 코로나 19로 기다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는데, 엄마의 예상이 맞았어요.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어요. 엄빠는 맛있게 먹는데, 하늘이는 그냥 그랬어요. 엄마는 이 가격에 양도 많아서 좋다고 이야기했어요.
점심을 먹고 다시 차에 올라탔어요. 칼국수집에서 가까운 곳이었어요. 준비해 간 모래놀이 장난감을 가지고 해변으로 갔어요. 코로나 19가 해변도 멈춰버렸어요. 저희 가족같이 아이가 있는 몇몇 가족들이 콧바람 쐬러 나와있을 뿐이었어요.
그래도 하늘이는 밖에 나와서 하는 모래놀이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바닷물에 발이 빠지기도 했지만요.
2016년 7월 21일 소리의원 강서에서 부모교육 세미나인공와우 수술 결정 후 우리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에서 첫 만남을 가졌던 하늘이와 소리의원.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빠는 엄마의 추천으로 같이 갔었다. 엄마는 하늘이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 후에 재활하는 방법을 찾느라 이곳저곳 카페에서 정보를 찾다가 알게 되었다고 했었다. 아빠는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을 해주었던 병원의 교수님의 말대로일상에서 잘 듣게 해 주면 된다고 했던 말을 고민없이 받아들였었는데, 엄마는 달랐다. 이날 세미나가 끝나고 엄마와 하늘이에게 너무 많이 미안했었다.
소리의원의 재활프로그램에 등록하고 가능한 한 빨리 재활을 시작했다. 2016년 2월 처음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6개월 동안 집에서 엄빠와 지내는 것이 전부였던 하늘이에게, 재활은 막혀있던 부분을 열어주는 열쇠와 같았다. 소리의원의 원장님들, 재활선생님들과 병원 관계자분들 모두가 가족처럼 돌봐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하늘이는 서서히 소리 듣는 것에 적응했고, 소리의원에서는 부모에게도 재활에 적극 참여해서 준전문가 수준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엄빠는 할 수 있는 최대한 소리의원의 요청대로 재활에 동참했다. 어느덧 하늘이는 말문이 트이고, 문장을 만들었다. 그사이 왼쪽 귀도 수술을 했다.
왼쪽 귀를 수술한 하늘이의 듣기가 더 좋아지면서 음악재활도 시작했다. 그동안 소리의원에서 하는 재활프로그램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한 난청인에게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최고 난이도의 듣기라는 설명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늘이는 음악재활도 제법 잘 해냈고, 음악재활 1차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음악치료를 잠시 쉬는 동안 언어재활은 계속됐다. 잠시 쉬었던 음악재활도 다시 시작됐다. 처음 음악재활에서는 음의 높낮이와 같은 음을 내는 다른 악기의 소리에 적응했었고, 다시 시작한 음악재활은 박자 위주의 재활을 했다. 아빠가 박치라 그런지 하늘이도 박자는 조금 어려움을 느끼는 듯했지만, 하늘이는 잘 적응했다. 그리고 올해 초 소리의원에서는 하늘이가 재활프로그램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다.
심층진료에서 올해 학령전기 재활 졸업을 해야겠다는 말씀에 감격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 8월 26일을 끝으로 하늘이는 학령전기 재활을 졸업했다. 하늘이에게 특별한 날, 아빠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마지막 재활을 같이 했다. 엄빠는 조금 아쉬움이 남아 한 달에 한 번, 두 번이라도 주말에 재활을 하기를 원했고, 소리의원에서는 내년에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바로 예약명단에 올려주셨다. 그리고 그전에 9월부터 싱싱 잉글리시 프로그램에 지원하겠냐고 해서 우리는 두말없이 하기로 했다.
하늘이에게 지난 4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아빠에게 소리의원은 365일 귀만 생각하는 병원. 그에 걸맞은 병원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귀와 관련된 의료가 필요하다면 제일 먼저 소리의원을 추천할 것이다.
엄마가 깊이 잠들어있는 하늘이를 깨웠어요. 하늘이가 태어나서 엄빠가 깨운 두 번째 날이에요. 그래도 기분 좋게 일어났어요. 왜냐하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하게 지내는 동생들 두 가족과 같이 물놀이를 가기로 한 날이에요. 그래서 전날부터 들뜬 가슴을 안고 잠을 잤어요.
이번에는 조금 멀리있는 곳으로 1박 2일로 가요. 물놀이를 하고, 근처의 펜션에서 고기 파티도 하기로 했거든요. 엄빠는 이미 한 달 전부터 계획했대요. 엄빠는 작년부터 하늘이에게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거든요. 아가 때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퇴원하고 인공와우 수술과 지금도 하고 있는 언어치료. 하늘이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지만, 엄빠는 작년부터 보통의 삶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게 해주고 있어요. 올해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많이 조심하고 있고, 이번 짧은 여행도 조금 망설였다고 하네요. 그래도 하늘이에게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은 바람이 더 컸대요.
이야기가 길었네요. 오전 6시 아파트 앞마당에 모여서 짐을 나눠싣고 덕산의 리솜스파캐슬로 출발했어요. 세 가족이 출발하지만, 하늘이네 가족은 차를 두고 다른 가족의 차를 얻어 타기로 했어요. 다른 가족은 모두 큰 축제차라서 여유가 됐거든요. 오전 9시까지 도착하고 싶어서 일찍 출발했어요. 가는 동안 다른 가족의 동생들은 모두 잠을 잤대요. 그런데, 하늘이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너무 들떠있고 설레었거든요.
드디어! 표를 사고, 옷을 갈아입고, 세 가족이 모두 모였어요. 물놀이를 할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특별히 하늘이는 수영모속에 방수팩으로 무장한 인공와우도 했어요. 수영모를 쓰면 잘 보이지 않아요. 감쪽같아요^^
들어가 보니,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코로나19로 입장객을 30%만 받는다고 했대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신나게 놀았어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하늘이는 놀면서 아빠에게 다음에 또 오자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어요. 조금 아쉬웠지만, 문 닫을 시간에 사람이 몰리면 힘들다고 엄빠가 가자고 해서 나왔어요. 숙소는 근처의 방이 3개나 있는 넓은 펜션이었어요. 점심은 수영장의 매점에서 대충 먹어서 다른 엄빠들도 많이 배고파했어요. 아빠들은 숯불에 고기를 굽고 엄마들은 고기를 날라서 아이들 저녁 먹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리고 모두 곯아떨어졌어요.
아침이 밝고 다른 집 아빠가 요리를 했어요. 솜씨가 정말 좋은 아빠예요. 평소에 산에 다니면서 요리를 자주 한대요. 음식점을 차리고 싶어 한대요^^ 그리고, 아침을 서둘러 먹었어요.
다음 목적지는 안면도에 있는 쥬라기박물관이에요. 가는 동안에 비가 조금씩 내렸어요. 그러다가 그치고 다시 내리고 몇 번을 반복했어요. 쥬라기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아쉽게도 비가 조금 내리네요. 아빠가 준비한 카메라는 차에 두고 내렸어요. 다른 엄마들이 그래도 가지고 오라고 했지만, 아빠는 그냥 포기했어요.
하늘이는 공룡을 무서워하지만, 조금 용기를 내서 가까이 가서 봤어요. 다음에 다시 가면 티라노사우르스 미끄럼은 꼭 타보려고요. 용기를 내봤지만, 너무나 큰 티라노사우르스에 올라가는 건 아직 힘들거든요. 그래도 조그만 공룡은 재미있게 타고 놀았어요. 가장 재미있었던 건 움직이는 로보트였어요. 아빠와 같이 타서 앞, 뒤, 좌, 우로 움직이며 대포와 총을 쏘면서 놀았어요. 하늘이 아빠는 다른 가족의 동생들을 한 명씩 격파하기도 했어요^^
덧, 목욕탕 이야기
하늘이는 대중목욕탕에 가본 적이 없다. 인공와우가 없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항상 집에서 엄빠가 씻겨주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목욕탕을 이용해야 했다. 7살의 하늘이는 아빠와 남탕에 들어갔다. 우선 하늘이부터 씻겨주고 몸을 닦고 머리를 말렸다. 그리고 수건으로 몸을 감싼 후 인공와우를 해주며 아빠를 기다리라고 했다.
아빠도 최대한 빠르게 몸을 닦았다. 그리고 하늘이에게 갔다. 다행히도 하늘이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이는 머리를 말리는 아빠를 보며, 하늘이와 다른 부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늘이 : 아빠, 나도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돼요?
아빠 : (태연하게) 그럼~ 하늘이도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되지!
아마도 아빠가 씻는 동안에 아이들과 어른들의 차이점을 유심히 관찰한 모양이다.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물어본 하늘이의 반응이 고맙다.
한 살 더 형님이 된 하늘이는 활동이 늘기도 했고, 아파트에 또래 친구들과 더 많이 친해졌어요. 그리고 엄마도 하늘이 친구들 엄마들하고 친해졌어요. 엄마들은 아이들과 더 신난 시간을 보내려 물놀이를 준비하던 중 하늘이 엄마도 물놀이를 같이 가기로 했대요. 엄마는 아빠한테 작년에 물총놀이 할 때 사용해본 방수팩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도 했고, 인공와우라는 제약사항 때문에 하늘이까지 틀 안에 가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 컸대요.
계획을 세우고 며칠동안 낮에 해가 쨍하고 많이 뜨거웠는데, 마침 수영장에 간 날은 구름에 해가 가려져 있었어요. 바람이 제법 불기는 했지만, 기온도 적당했지요. 그래도 수여장의 물이 따뜻해서 놀이에 딱 좋은 날이었어요. 하늘이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소리(인공와우 - OPUS2, SONNET)에 방수팩을 해서 귀 뒤에 붙이고 그 위에 수영모자를 썼지요. 감쪽같아요. 수영복과 구명조기를 입었지만, 처음 물속에 들어가서 조금 무서워서 튜브 하고 친하게 하루를 지냈지요.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 수 있게 해준 정말 고마운 친구가 있어요. 바로 방수팩이에요. 이 방수팩이 있어서 친구들하고 물총놀이도 할 수 있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수영장에도 갈 수 있었어요. 아파트에서 물총놀이를 할 때는 SONNET를 하고 있는 왼쪽 귀에만 했었는데, 이번 수영장에서는 엄마가 OPUS2를 하고 있는 오른쪽 귀에도 방수팩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엄마가 깜빡하고 수은전지를 챙기지 않아 오른쪽 소리(OPUS2)는 하지 않았어요. 인공와우 배터리는 공기아연 배터리라서 공기가 차단되면 작동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물놀이할 때는 수은전지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놀고 왔는데, 친구들이 아파트에서 또 씽씽이를 타고 놀아서 하늘이도 같이 놀았어요.
그랬더니, 다음 날 아침에 늦잠을 자고 말았네요. 하늘이는 평소에 7시 전에 일어나는데, 이 날은 8시 30분이 넘어도 계속 잤대요. 유치원에 가야 해서 엄마가 깨워 일어났지 뭐예요 ㅎㅎ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소모품은 제법 여러 가지가 있다. 매일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필요한 소모품 중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소모품은 배터리다. 그냥 보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은전지와 같은 모양의 전지다.
하늘이도 매일 사용하는 소모품이다. 공기아연 배터리의 뒷면에는 작은 구멍 5개가 있다. 이 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접촉되어야 배터리가 소모된다. 그래서 방수팩을 할 때는 일반 수은전지를 사용해야 한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공기아연 배터리의 장점은 사용시간이 길다. 하늘이가 착용하는 메데社의 OPUS2에는 공기아연 배터리가 3개 들어간다. 배터리 3개를 가지고 보통 4.5일 사용했었다. 1 Box에 60개가 들어있어 약 2달 사용했었다. 반면 수은전지는 약 8시간이면 방전되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하늘이가 잠을 잘때면 인공와우를 분해해서 배터리를 제외한 인공와우 어음처리기를 제습기에서 제습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다. 인공와우 어음처리기는 가격이 제법 비싸기도 하고 몸의 일부와 같아 매일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던 작년 어느 날 공기가 통해야만 전류가 소모되는 생각이 들어 인공와우 어음처리기를 제습할 때 배터리를 비닐봉지에 담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배터리 사용환경이 바뀌어 사용시간이 조금 늘었다. 보통 4.5일 사용하던 배터리는 어음처리기를 제습하는 밤사이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했더니, 5일 정도 사용하게 됐다. 1 Box에 대량 10일 정도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공기아연 배터리의 가격이 5만 원으로 제법 비싼 편인데, 공기아연 배터리 사용시간이 조금 늘어서 금전적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가질 수 있게 됐다.
2016년 1월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난 후부터 소리를 듣기 위해 잠을 잘 때, 머리를 감거나 샤워할 때가 아닌 평상시에는 항상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하늘이. 2017년 2월 왼쪽 귀도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난 후로는 더욱 조심해야 했다. 처음 인공와우를 착용하기 시작한 3살 아가였을 때보다는 조금 더 조심하는 하늘이지만, 어린 하늘이에게 인공와우를 관리하라고 알려주는 것은 아직 무리다. 특히 놀 때 활동량이 많은 하늘이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다.
올해 2월 초까지 케이블이 망가지면 바로 메델코리아를 방문해서 케이블을 교체하기 일수였다. 다행히도 그때까지는 무상 보증기간이라 비용이 들지는 않았다. 얼마 전 인공와우 사용자 인터넷 카페에서 인공와우의 케이블에 코일을 감아 둔 것을 보고 바로 엄마에게 우리도 구입하자고 이야기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본 쇼핑몰은 외국의 인공와우 액세서리 전용 쇼핑몰이었다. 엄마는 소리의원의 청각사 선생님도 이야기해주셨었다고 하면서 바로 검색을 해서 찾았다. 처음 수술했을 때부터 해주고 싶었던 것이라 바로 구입했다.
오늘은 하늘이 음악재활, 언어재활을 하는 날로 엄빠와 하늘이가 모두 같이 다녀왔다. 재활을 마치고 집에 오니 현관에 조그만 택배박스가 놓여있다. 엄마에게 물었더니, 케이블 프로텍터라고 이야기한다. 가지고 들어와서 바로 뜯어서 하늘이가 착용한 인공와우 중 오른쪽 OPUS2에 코일을 감았다. 이어서 왼쪽 SONNET에도 코일을 감았다. 제법 멋있게 변했다. 하늘이도 만족해한다. 이번에 구입한 케이블 프로텍터의 색은 흰색/검은색으로 비교적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이지만, 하늘이 같은 아이들에게는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같이 개성이 강하고 개방적인 나라에서는 패션으로 많이 활용한다. 밖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외국인 중에 인공와우를 착용했던 2~3명은 패션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목격한 적도 있다.
엄마가 자주 애용하는 소셜커머스에서 검색하니 바로 나온다. 하늘이에게 필요해서 산 물건이 엄빠의 휴대폰 충전 케이블, 이어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