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운동 다녀오면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사 왔어요. 하늘이는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지만, 프렌치프라이는 정말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아빠가 통감자를 꼬치에 꼽아 회오리감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요. 그래도 아기상어버거는 괜찮아요. 빵과 새우 패티만 먹고 나머지 야채는 엄마에게 양보하지만요....
엄마는 엄마상어버거, 아빠는 콰트로 치즈버거로 점심을 먹으면서 엄빠가 이야기하는 중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엄빠 이야기를 끊고 하늘이가 이야기를 했어요. 아빠는 몇 번 잠깐만을 하면서 하늘이 이야기를 끊었지요.
아빠 : 하늘아~!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아빠 : 하늘아! 엄빠 지금 뭐하고 있었어?
하늘이 : 이야기 하고 있었지~
하늘이 : (울면서) 그런데, 정말 중요한 이야기란 말이야!
그리고는 엎드려서 울기 시작했어요.
화가 나고 눈물이 나서 엎드렸다가 일어났더니, 아빠가 이야기를 했어요.
아빠 : 하늘아~ 엄빠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하늘이가 하는 이야기가 중요한 이야기 인지 모르잖아.
아빠 : 그럴때는 하늘이가 엄빠~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해요~라고 이야기해주면 엄빠도 하늘이 말을 들을 준비를 할 수 있잖아. 앞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렇게 해주는 게 어떻겠니?
지난달 6월 초에 학생건강검사를 했었다. 요즘은 1학년, 4학년을 대상으로 학교에 인근 병원에서 방문해서 의사선생 님들이 검사를 해주신다. 작년에 코로나19로 학생건강검사를 하지 못했던 2학년, 5학년도 같이 검사를 했다.
잊고 있었던 며칠전 하늘이 가방에서 발견한 안내장. 학생건강검사 결과 통보서가 들어 있었다. 이른둥이로 작게 태어나서 예상하고 있었던 체중에 대한 소견은 당연하다 생각하고 넘겼다. 그래서 성장클리닉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다른 항목인 시력이 눈에 띈다. 좌 0.5, 우 0.6으로 소견은 정밀검사요함 이라 쓰여있다. 뭐지? 눈이 이렇게 나쁘다니!!
평소 생활하면서 눈 찌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맞는건가? 의심부터 했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어 안과에 갔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하늘이는 의식적으로 무서워했다. 엄마는 그냥 눈 검사만 한다고 하니 하늘이도 그냥 따라나섰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하면서 학생건감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니, 바로 시력검사를 했다. 결과는 같았다. 원장님 진료를 보면서 11세 미만의 어린이는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 안약을 넣고 조절마비굴절 검사로 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안약을 넣고 1시간 정도 기다려 다시 검사를 했다.
먼저 왼쪽 오른쪽 눈을 기계로 시력측정을 하고, 측정한 결과에 맞춰 안경 도수를 맞추는 기계를 쓴 후 시력 1.0 정도에 맞추고는 모니터에 보이는 모양을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간호사 선생님의 주문대로 읽어내면서 안경 도수를 맞췄다.
근시라고 한다. 원장님은 아직 어린이라서 6개월 간격으로 병원에 진료를 보자고 하셨다. 진료가 끝나고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췄다. 안경점에서도 6개월 간격으로 검사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알려주셨다.
조절마비굴절 검사는?
아이들은 홍채 및 수정체의 과도한 조절력으로 인해 굴절값(=도수)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눈에 조절마비제 안약을 넣어 홍채 및 수정체의 조절력을 마비시킨 후 정확히 눈에 맞는 도수를 알기 위해 안약을 넣고 하는 검사입니다. 안약을 넣고 하는 검사이며 검사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2~3일 동안 가까운 것이 잘 안 보이고 눈이 부실 수 있습니다. 안약을 넣을 시 눈이 따가움을 느낄 수 있으며 약간의 충혈이 있을 수 있다.
엄마는 하늘이가 어쩌다가 근시가 됐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하늘이처럼 어린아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생활이 더 많아지면서 근시가 생기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한 2시간은 밖에서 놀게 해 주는 게 좋다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알게 되어 가능하면 밖에서 놀게 해주려 하고 있다. 밖에서 놀기 좋아하는 활동량이 많은 하늘이에게는 어쩌면 전화위복이 된 것일 수도 있다.
성장호르몬을 시작하고 어느덧 6개월이 지났더라고요. 그사이 아빠는 한 달에 한 번씩 키를 재요. 그리고 엄마는 때때로 몸무게를 재요. 좋은 소식은 한 달에 평균 1㎝ 정도씩 크고 있어요. 나쁜 소식은 몸무게가 늘지 않아요. 지난 3월에 성장클리닉에 갔을 때, 교수님은 몸무게도 늘어야 한다며 2.0IU 주사하던 호르몬을 2.5IU로 늘리셨어요. 그리고 3개월이 지나서 다시 성장클리닉에 갔죠. 교수님은 여전히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키가 더 잘 크려면 몸무게가 반드시 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크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날짜
키
2020.11.11
104㎝
2021.01.24
106㎝
2021.02.28
107.5㎝
2021.04.28
109㎝
2021.06.02
110㎝
2021.06.29
111㎝
옆에서 교수님 말씀을 듣던 아빠는 그래도 1㎝ 씩은 크고 있어요라고 말씀드리자 교수님도 끄덕이셨죠. 교수님도 진료 보기 전에 잰 키와 몸무게를 먼저 보고 알고 계시는데, 아빠는 쓸데없는 말을 하네요.
문득 하늘이 또래의 아이들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진 아빠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네요. 그러더니, 질병관리청 성장도표 계산기에 하늘이의 출생일, 키, 몸무게를 입력하고 계산하기를 눌렀더니 바로 결과가 나왔어요.
입력한 하늘이의 키는 111㎝로 하단선에 바짝 붙어있네요. 중앙선에 있는 보통의 친구들은 119㎝로 하늘이는 평균보다 8㎝ 작아요. 상단선은 128.4㎝로 하늘이와 키 차이가 상당히 많네요. 성장클리닉 시작하고 6개월이라 아직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이기는 해요. 엄빠는 매일 하늘이 밥 먹는 것을 보면서 골고루 잘 먹으라고 하는데, 솔직히 하늘이는 야채가 먹기 힘들어요. 그래도 만두는 잘 먹어요. 그래서 엄마는 만두를 자주 해주세요.
내용추가 2021.7.6
성장클리닉을 시작할 때 키는 104㎝로 하단선 106.9㎝보다 2.9㎝ 작은 키였었다. 얼마나 작았는지 쉽게 비교해보면 6살 아이들 정도의 키였다. 그래도 성장클리닉을 시작하고 6개월만에 하단선 110.3㎝보다 0.7㎝ 위로 올라섰다. 3.6㎝ 따라 잡았다. 앞으로도 매월 1㎝씩 커주기를 기대하며...
몇 번이나 약속했어요.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왜냐면요...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어요. 이제 밤에 혼자서 잠을 자요.
이사 오기 전 고양동에 살고 있을 때부터 몇 번이나 약속을 했어요. 하지만, 약속한 날이 되면 무서운 마음이 더 커서 도저히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어요. 그때마다 엄빠는 기다려 주셨어요. 작년에 이사 날짜가 정해지고 또 약속을 했었지요. 이사하기 전에 엄마와 둘이서 새로 이사할 집을 본 날은 너무 기뻤어요. 집이 더 크고 좋았어요. 그래서 이사하면 혼자서 잔다고 또 약속을 했지요. 그런데, 막상 이사를 하고 밤이 되니 도저히 혼자서 잠을 잘 용기나 나지 않았어요. 결국 계속해서 엄빠와 잠을 잤지요. 그리고 8살이 되면 혼자서 자겠다고 또 약속을 했지요. 2021년, 8살이 됐지만, 하늘이는 또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엄빠는 이번에도 기다려 줬어요.
마지막 약속을 또 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혼자서 잔다고 했지요. 그런데, 약속한 날이 가까워지면서 꾀를 내서 엄마에게 이야기했어요.
하늘이 : 2학년 돼서 혼자 자면 안 될까?
엄마 : 저번에 초등학교 입학하면 혼자서 잔다고 했었잖아...
엄마는 약속을 지키라고 이야기했지만, 무서운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어요. 결국 초등학교에 입학한 3월 2일은 엄마와 같이 잤어요. 그 날 아빠는 회사에서 야간근무 하늘 날이었어요. 다음 날, 아빠가 쉬는 날이 되고 자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아빠는 이야기했어요.
아빠 : 하늘아~ 어제 초등학교에 입학했잖아? 혼자서 자야지!
하늘이 : 내 침대를 옮겨지지 않았잖아~!
아빠 : 그래? 지금 옮겨줄게~
아빠는 바로 침대를 옮겨 주셨어요. 솔직히 무서워서 엄빠하고 같이 자고 싶었지만, 침대를 옮겨주지 않아서 그랬다고 말해버렸네요. 네.... 그 말을 해버리고 아빠가 침대를 옮겨버려 다시 되돌릴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혼자서 잠을 자요. 하지만, 새벽에 잠을 깨고 무서워서 엄빠 방에 갔어요.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서운 마음 없이 엄빠와 남은 잠을 잤어요. 오늘도 새벽에는 엄빠에게 갔어요.
새벽에 엄빠보다 빨리 일어나면 엄빠 방으로 가지만요. 그래도! 매일 혼자서 잠을 자요.
덧, 처음 혼자서 잠을 자고 새벽에 엄빠 방에 갔을 때, 엄빠는 하늘이가 혼자서 자는 건 어제 하루였나 보다 생각했대요. 그런데, 하늘이는 계속 혼자서 자요.
하늘이는 가방을 메고 학교에 등교했다. 하늘이가 입학하는 초등학교의 입학식은 반별로 선생님과 아이들만 교실에서 있을 예정이다. 부모는 학교 교문 앞까지만 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도 학교 수업이 불확실했었는데, 최근 교육부는 초등 1, 2학년과 고등 3학년은 매일 출석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뭔가 엄마인 나만 떨리고 기분이 이상한가? 하늘이는 집에서 나가면서 계속 쫑알쫑알이다.
아파트에서 나가는 아이들 보며
하늘이 : 쟤네도 학교 가나 봐? 하늘이 : 같은 반인지 볼게~
교문 앞에서 들어가는 뒷모습 보는데, 뭔가 울컥한다. 젠장 마스크 때문에 사진을 못 찍었네. 주의할 점 계속 신신당부하고 또 하고... 하늘아~ 너의 앞날을 응원한다 화이팅!
두 번째 등교
2021년 3월 3일.
어제 하교시간에 시간 맞춰 학교 앞으로 갔다. 도착할 무렵 아빠의 휴대폰으로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다. 그때 교문 앞에 도착했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면서 하늘이는 하원 했다.
하늘이는 어제의 상황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늘이 : 엄마,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빨리 와서 먼저 집에 갔잖아?
엄마 : 엄빠는 선생님이 알려준 시간에 맞춰서 갔었어. 그런데, 다른 엄마들은 일찍 와서 먼저 집에 갔나 봐~
하늘이 : 그런데, 엄마가 늦게 왔잖아, 왜 늦게 왔어? 하늘이 : 선생님이 엄마는 왜 늦게 오라고 했는지 물어봐야겠어!
하늘이는 어제 하교할 때 엄빠가 학교에 늦게 와서 하교를 늦게 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2014년 태어난 하늘이는 2021년 벌써 8살이에요. 네, 맞아요. 이제 초등학교 입학할 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 이사를 와서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 건물이 초등학교예요.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도 초등학교는 많이 가까운 편이었어요. 그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에 다녔었지요. 3월에 입학하게 될 초등학교는 1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예요.
하늘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하니, 엄빠의 친분이 있는 삼촌이 벌써 한 달 전에 학용품을 보내 주셨었어요. 선물 받고 좋아했는데, 학교 갈 때 쓰자며 엄빠는 잘 보관해 주셨어요.
요즘에는 엄마랑 같이 만든 생활계획표에 맞춰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주로 한글, 수학을 공부해요. 그런데, 하늘이는 공부하는 것보다 텔레비전 보는 것이 더 좋아요. 특히, 신비아파트 정말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아빠는 신비아파트 보는 것을 조금 안 좋게 생각하세요.
오늘은 공부를 하루 쉬었어요. 엄빠하고 같이 파주 헤이리의 파스타 맛집인 잇탈리에 외식하러 가서 맛있는 파스타와 스테이크, 고르곤졸라 피자로 맛있는 점심 먹고 근처에서 놀려고 했는데, 봄바람이 차서 계획을 바꿔 근처의 아울렛에 갔어요. 그냥 구경하러 간다고 했는데,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가방이었어요. 엄빠는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가방을 보더니, 계속 가방만 보러 다녔어요. 다른 것도 보기는 했지만, 가방은 무조건 사기로 했대요.
여기저기 구경 다니면서 하늘이 옷도 사고 엄마 필요한 물건을 샀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이 가방을 샀어요. 집에 와서 엄빠하고 같이 가방을 열어 봤지요. 하늘이가 모델이 돼서 가방을 메고 엄빠는 사진을 찍어 주셨어요. 그리고 하늘이는 아빠가 카메라를 꺼내면 장난꾸러기가 되요. 오늘은 오랜만에 아빠 카메라에 모델이 되서 한참을 사진 찍으며 놀았어요.
2020년 가을 어느 날, 소리의원에서 언어치료 팀장님의 제안이 있었다. 소리의원 10주년 기념 책을 제작하는 계획을 세웠고, 책의 소리가족 스토리에 재활 중인 하늘이의 글을 담고 싶다고 하셨다. 팀장님의 제안은 뜻밖이었다. 선택받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길지 않은 통화였다. 결정하는 시간은 잠깐이었다. 우리 가족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리고 바로 하늘이 엄마와 통화해서 소식을 알려줬다.
일주일 정도 시간 나는대로 글을 썼다. 하늘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과 퇴원, 난청을 알게 된 순간, 재활과정 그리고 말을 하기까지의 시간. 하늘이의 7년 인생을 담아내는 글이다. 마감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날까지 였지만, 며칠 여유 있게 글을 마무리해서 보내드렸다.
12월 초에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이었을까? 책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드디어 며칠 전 소리의원 홍보팀에서 소리의원 10주년 책이 완성됐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책이 왔다. 책에 담긴 하늘이 이야기를 제일 먼저 펼쳤다. 같이 보내드렸던 사진과 하늘이가 음악재활하던 초기에 소리의원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이 함께 엮였다.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게 된다.
책에는 소리의원의 탄생 배경을 시작으로 연혁, 소리의원 10주년을 축하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들의 글과 병원을 설립하신 소리의원 전영명 대표 원장님의 인터뷰, 그리고 병원의 원장님들 인터뷰, 소리의원 진료실적, 장비, 학술회 등이 실렸다.
소리의원의 비젼 세상의 모든 귀 환자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병원 만들기를 정성 다해서 담아낸 책이다.
다음 책이 나올 때까지 하늘이 글이 소리의원에 오는 많은 환자들이 보게 될 것이다. 특히 하늘이처럼 영유아 시절에 난청을 알게 되어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
덧, 기고문 전문 (본명은 태명인 하늘이로 바꾸었다)
올해 7살이 된 하늘이는 난청으로 양이 인공와우를 하고 있어요. 2014년 12월 임신중독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던 엄마가 혈압과 부종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어 응급수술로 30주 4일에 태어난 이른둥이에요. 태어난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바로 입원되었고 이른둥이 영아들이 겪는 여러 가지 난관을 이겨내고 2015년 7월 10일 200일째 되는 날 퇴원해서 온 가족이 같이 사는 진짜 가족이 되었어요.
퇴원 후 얼마 안 된 어느 날, 영유아 선별검사 중 하나인 청력검사를 받게 되었어요. 신생아중환자실에 오래 입원하는 바람에 청력검사가 많이 늦었지요. 2015년 7월 말에 검사한 청력검사에서 하늘이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중에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녹음한 동화와 동요를 들려주었을 때,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특정 노래만 나오면 하늘이가 운다고 지워달라고 했었기에 하늘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생각도 못했어요. 검사 후 생각해보니, 퇴원 후 집에 와서 소리에 반응이 없었어요. 하늘이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교수님은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어요. 하늘이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중 몇 번의 수술을 했던 하늘이가 다시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힘든 시간을 겪어낸 하늘이에게 또 한 번의 수술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래도 수술만 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어요.
수술하기 위해 정밀청력검사를 몇 개월 동안 진행한 후, 2016년 1월 오른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해주었어요. 수술을 집도한 교수님께 재활에 대한 방법을 물었더니, “일상에서 소리에 노출을 많이 시켜주세요”라고만 말씀하시며 특별한 재활은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아빠는 그 말씀에 “보통의 아기들처럼 일상의 소리를 들으며 때가 되면 말을 하는 거 아닐까?”라고 엄마한테 이야기했지요. 지금 생각하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아요. 한 달 후부터 소리를 잘 듣기 위해 매핑을 했고 집에서는 일상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해 준 것이 전부였어요. 엄마는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인공와우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알게 된 정보로 아빠에게 세미나에 가자고 했어요. 그 세미나가 2016년 7월 소리의원에서 주최한 “인공와우 수술 결정 후 우리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였어요. 세미나에 참석한 후에야 아빠는 영유아도 언어재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말 많이 미안했어요. 엄마에게, 그리고 하늘이에게…. 아빠는 죄책감이 너무나 컸어요. 소리의원에서 바로 재활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자리가 없어서 한 달 후부터 재활하게 되었지요. 당시 소리의원은 타원에서 인공와우 수술한 경우 언어재활을 3개월만 할 수 있었지만, 3개월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소리의원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한 달 전부터 지자체의 지역 바우처로 언어재활을 하고 있었지만, 강압식 재활에 하늘이가 힘들어했고, 그런 재활방식에 엄마, 아빠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소리의원의 재활은 완전히 달랐어요. 언어재활선생님께서 하늘이의 상태를 관찰하시며 호흡을 맞춰주시는 모습에 하늘이의 반응도 달랐어요.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언어재활이 하늘이에게 오히려 혼란이 될 것 같아 먼저 하고 있던 재활을 그만두고 소리의원의 재활에만 집중했지요.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왼쪽 귀 수술을 소리의원에서 하고 언어재활도 계속하기로 했어요. 수술은 한 번이지만, 재활은 평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2017년 2월 하늘이는 소리의원에서 왼쪽 귀 수술을 하고 3월부터 매핑과 재활이 시작되었지요. 왼쪽 귀는 약 한 달 정도의 짧은 시간에 오른쪽 귀 듣기의 90%정도의 수준으로 듣기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죠. 왼쪽 귀도 들으면서 음악재활도 같이 했어요. 꾸준히 재활하며 하늘이는 말을 이해하고, 단어를 말했고, 어느 순간 엄마, 아빠가 말하는 문장을 따라서 말했어요. 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19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뒤인, 2017년 10월경부터는 스스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소리의원에서는 매년 평가를 합니다. 올해, 2020년 초 평가에서 언어평가에서 듣기는 100명 중 10등 정도, 말하기는 같은 월령의 또래 평균 수준이라고 했어요. 아직 미완성인 발음들이 몇 가지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평가는 100점 만점이라고 하시며 어쩌면 100점 이상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마음이 뭉클했지요.
수술과 재활 모두가 성공적으로 이어져 하늘이와의 소통이 아주 잘되고 있어요. 그리고 2020년 8월 26일 하늘이는 학령전기 재활을 졸업했어요. 지난 4년여 시간동안 매주 엄마가 하늘이와 같이 재활을 다니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지요. 하루하루 발전하는 하늘이는 말이 정말 많아요. 하늘이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쉬지 않고 말하기에요. 이런 하늘이를 보며 엄마는 “입에 모터를 달았어!”라고 합니다.
소리의원을 알게 되고, 선택하고 집중하면서 아빠는 엄마에게 “소리의원의 재활은 비장애인 아이들에게 똑같이 적용해도 엄청난 학습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어요. 난청을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 동호회 몇 곳에 가입해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인공와우 난청인들을 위한 재활기관이 거의 없다고 하고, 특히 지방의 경우 더 찾기 힘들다고 하는데, 소리의원의 재활시스템은 최고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처음 소리의원을 알게 되었을 때, 재활은 가족 전체가 같이 해야 하고 특히, 부모는 재활선생님에 준하는 정도의 준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당시에는 막연히 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뜻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전영명 원장님께서 “비장애인이 대부분이 환경에서 장애인만이 가진 정체성에 위축될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를 공유하며 난청을 가진 장애인이 가진 정체성을 뛰어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말씀을 가슴에 담고 있어요.
올해 10주년이 된 소리의원. 재활하러 병원에 가면 느껴지는 소리의원의 구성원들이 가족처럼 맞아주시는 따뜻함은 저희 가족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느껴집니다. 원장님을 비롯한 재활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코디 선생님들 모든 분들께 이 글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대신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늘이는 하루하루 매우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다.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알고 있어 요즘은 들뜬 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한 하늘이는 장난꾸러기다. 하늘이 또래의 아이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발달과정에서 보이는 당연한 현상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하늘이는 엄빠와의 애착이 좋은 상태다. 특히 엄마와의 애착은 지극히 정상이다. 뭐... 아빠와의 애착도 정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아빠는 하늘이와 관계에서는 아직 오이디푸스 증후군의 남아 있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하늘이가 졸리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또는 엄마와의 감정이 고조되어있을 때 등 원초적인 상황에서는 오이디푸스 증후군을 더 많이 발산하는 것 같다.
어쨌든, 어제는 아빠가 휴가를 내고 쉬는 날이었다. 하늘이는 엄빠에 비해 아침잠이 적다. 아빠가 쉬는 날이면, 하늘이가 대부분 제일 먼저 일어난다. 이 날도 7시에 제일 일찍 일어난 하늘이는 눈을 뜨자마자 심심해한다. 외동아들인 하늘이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엄빠다. 아빠가 쉬는 날이면 하늘이는 가장 만만한(?) 친구가 아빠다. 엄마는 하늘이가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주지 않지만, 아빠는 대부분 받아주니 그럴 수밖에...
일찍 일어난 하늘이는 아빠와 놀자고 제안했지만,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아빠는 하늘이에게 아침밥을 먼저 먹자고 제안한 후에 곧바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아침밥을 다 먹은 하늘이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TV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엄빠는 TV 보는 것을 허락하고 시간이 오전 시간이 흘렀다.
TV를 보던 하늘이는
하늘이 : 오늘은 할거 없지?
아빠 : 오늘은 어제 찍은 사진 가지고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 갔다 와야 해
하늘이 : 거기가 어디야?
아빠 : 우리 이사 온 후에 이사 왔다고 신고하러 갔었던 곳
하늘이 : 나는 잘 모르겠어
엄빠 : 가보면 기억날 거야~
5년 전에 발급받은 하늘이의 장애인 복지카드 재발급을 할 때가 돼서, 아빠는 전날 찍은 증명사진을 찾으려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하늘이도 같이 가고 싶어 했지만, 엄마는 하늘이에게 함께 만든 일과표를 이야기했다. 오전 11시 공부시간이다. 하늘이는 엄마와 공부하고 아빠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아빠가 사진을 찾아오니, 공부하던 하늘이가 사진을 보자며 달려든다. 사진을 모조리 꺼내서 한 장, 한 장 사용처를 이야기한다. 여행 갈 때, 학교에 갈 때 등등... 그러면서 아빠한테 뭐라고 했는데, 아빠는 제대로 듣지 못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하늘이는 화장실에서 나온 아빠에게 이야기했다.
하늘이 : 아빠~ 우리 그림 그려요.
아빠 : 우리 점심 먹고 행정복지센터에 가야 해
엄마 : 우리 점심 먹고 행정복지센터에 가기로 했잖아. 그림은 다녀와서 그리자~
하늘이 : 안돼~ 지금 그리고 싶어
엄마 : 그러면 색칠은 나중에 하고 그림만 그려놓자
하늘이 : 안돼!! 지금 그리고 싶단 말이야~!!
엄마는 밑그림을 먼저 그려놓은 후에 점심 먹고 행정복지센터에 다녀와서 그림에 색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하늘이는 막무가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떼쓰기 시작했다. 아빠도 엄마의 제안을 이야기하며 타협점을 찾으려 했지만, 하늘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이는 떼쓰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 하늘이에게 엄빠가 화를 내고 말았다. 하늘이는 엄빠가 화를 냈지만, 전혀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 하늘이는 더 크게 울며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화가 난 아빠가 더 크게 화를 냈지만, 하늘이는 자기주장만 한다. 하늘이의 뜻을 주로 받아주었던 아빠의 화를 하늘이는 무시하며 아빠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하늘이는 더 크게 혼나기 시작하고 나서야 떼쓰는 것을 줄이기는 했지만, 자기주장은 여전했다. 아빠 역시 하늘이에게 져주지 않았다. 엄빠 모두가 하늘이에게 떼쓰기만 하는 하늘이 잘못이라고 이야기하자 하늘이도 잘못을 인정하려고 했다. 오늘은 아빠에게 마저 완벽하게 제압당하고 말았지만, 이렇게 기를 꺾어놓기만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평소 혼나면 아빠에게 안겨서 마음을 챙겼던 하늘이. 그동안 혼났던 것보다 더 크게 혼나고 기마저 완벽하게 꺾여버린 하늘이가 오늘도 아빠에게 안겼다. 아빠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었다. 아빠도 화를 가라앉히고 하늘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하늘이는 계속 울면서 이야기했다. 대답은 참 잘한다.
아빠 : 하늘아~ 가장 슬픈 게 뭐야?
하늘이 : 내가 아빠한테 같이 그림 그리자고 했는데, 아빠가 듣지 못한 게 가장 슬퍼~
아빠 : 그랬구나, 아빠가 듣지 못했어~ 아빠가 들을 수 있게 이야기해주지 그랬어...
하늘이 : 그래도~
아빠 : 그리고 슬펐던 게 뭐야?
하늘이 : 아빠가 나가라고 해서 슬펐어.
너무 완강하게 자기주장만 하며 우는 하늘이에게 아빠는 그렇게 고집부리려면 나가라고 했었다.
아빠 : 그래... 아빠가 화가 너무 많이 나서 그랬어. 나가라고 한 거는 아빠가 미안해~
아빠 : 엄마한테는 뭐가 슬펐어?
하늘이 : 엄마가 그림 그리지 말라고 이야기해서 슬펐어.
아빠 : 그랬구나. 그런데, 엄마는 밑그림만 그리고 색칠은 일 보고 와서 하자고 했잖아.
하늘이 : 으~응~~ 그런데, 그래도 슬퍼
아빠 : 그래서 하늘이가 많이 슬펐구나, 그러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자
아빠 : 우리 가족끼리 이야기할 때, 이야기를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에게 잘 들었는지 확인하고
아빠 : 화가 나도 나가라고 하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하늘이 : 응~ 알겠어~
아빠에게 이야기했는지 몰랐던 하늘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해 사단이 일어났다. 난청으로 인공와우를 하고 있는 하늘이가 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배려해주지 못한 엄빠의 잘못도 있지만, 그전에 하늘이에게 일정을 충분히 이야기해줬고 하늘이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는 그 순간에는 그림을 정말 많이 그리고 싶었나 보다.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엄빠 아니, 아빠의 대응과 상황이 안 좋게 변했지만, 자기주장만을 내세웠던 하늘이.
하늘이와 엄빠 모두에게 교훈을 주었던 상황이다. 가족 간의 대화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해야 하고, 화가 나도 극으로 치우치면 안 되겠다. 한 가지 하늘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자기주장만으로 세상을 살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2020년의 마지막 날, 하늘이 이름으로 배송되는 택배가 있다는 카독이 왔다. 보내는 곳은 메델코리아.
뭐지? 메델코리아에서 주문한 물건이 없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배송받을 물건이 없었다. 그런데, 메델코리아 등록된 주소가 이사하기 전의 주소였다. 다행히 이사하기 전에 살던 아파트에 하늘이 큰 아빠네가 살고 있어서 택배기사님께 사정 이야기를 하고 그곳에 택배 배송을 부탁했다.
이틀이 지나고 새해 2021년 1월 2일 먼저 살던 동네에 다녀왔다. 그 동네는 하늘이 할머니도 살고 있어, 할머니를 볼 겸 택배도 찾아올 겸. 겸사겸사 다녀왔다. 먼저 할머니 집에 들러 인사하고 하늘이와 엄마는 놀고 있는 동안 아빠는 하늘이 큰 아빠네 집에 다녀왔다. 택배 상자의 무게가 상당히 가벼웠다. 박스 크기에 비해 가벼워서 많이 궁금했지만, 하늘이와 같이 열어보려 그대로 차에 두고 할머니 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해서 하늘이와 같이 택배 상자를 열었다. 선물상자에는 소리의원과 메델코리아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라고 생각했던 선물이다. 줌 ZOOM 온라인으로 참가했던 소리와우 패밀리데이. 참가한 모두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셨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잊고 있었다.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주셨다.
포장지를 열어보니, 하늘이가 갖고 싶었던 뽀로로 코딩 컴퓨터가 들어있었다. 하늘이와 엄빠 모두가 깜짝 놀랐다. 택배박스가 가벼워 별다른 기대가 없어 더 기뻤다. 무척 반가운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지만, 하늘이가 자야 할 시간이 돼서 아침에 가지고 놀기로 했다.
아침이 밝고 하늘이는 뽀로로 코딩컴퓨터를 가장 먼저 챙겼다. 엄빠의 부탁으로 밥을 먼저 먹고, 바로 하늘이는 뽀로로 책상과 쿠션을 가지고 아지트를 만들었다. 뽀로로 과자 그릇에 간식을 챙기고 뽀로로 책상에 앉아 바로 뽀로로 코딩컴퓨터를 시작했다. 노는 게 가장 좋은 뽀로로와 놀기 좋아하는 하늘이는 이렇게 또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한편으로는 가격이 제법 비싸다고 알고 있었기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소리의원과 메델코리아의 배려에 이 글로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 아빠 회사에서 자고 오는 날에 엉덩이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엉덩이 할 때는 눈을 가리지 않아도 되잖아.
하늘이 : (울먹이며)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밥 먹다 말고 성장호르몬 주사 생각에 울먹이느라 한참을 이야기했다. 밥을 먹는 건지 눈물을 먹는 거지 한참을 울먹였다. 아빠가 먹여주다 엄마가 마무리를 해줬다. 엄마도 주사를 많이 싫어하는데, 하늘이도 주사를 정말 많이 싫어한다.
엄마 : 엄마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래도 하늘이 키가 쑥쑥 크려면 해야 해
아빠 : 나는 좋은데...
하늘이 : 아빠는 좋아?
아빠 : (헌혈 설명) 아빠는 큰 주사로 피를 다른 아픈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잖아.
성장호르몬 유트로피펜 주사가 하늘이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가 보다.
어제저녁에도 잠자기 전에 생각이 나서 울먹이며 대화를 했는데, 오늘은 저녁밥을 먹다가 말고 주사 이야기를 한다.
스트레스 (성장클리닉 2일 차)
저녁 먹고 TV를 보던 #하늘이 가 말을 걸었다.
하늘이 : 아빠, 어제 침은 엄마가 하는 거야? 아빠 : 어제는 엄마가 했어. 아빠도 할 수 있어. 하늘이 : 그럼~ 오늘은 아빠가 해줘! 아빠 : 그래, 아빠가 해줄게! 하늘이 : (잠시 생각하다) 아니다, 그냥 엄마가 해주는 게 좋겠어. 아빠는 눈 가려줘 아빠 : 알겠어~
어제 시작한 성장호르몬 유트로핀펜 주사를 주사가 아닌 침이라고 거짓말했다. 침이라고 했어도 무서워서 기겁을 했었는데, 오늘 잘 시간이 가까워지자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주사만큼 아프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주사 느낌이 나서 무서운 감정이 먼저 앞서나 보다. 그래도, 오늘 두 번째 주사를 잘 해냈다. 무서워서 눈은 가려야 했지만, 잘 참아냈다.
덧, 남자는 키 165Cm(또는 남녀 만 18세) 될 때까지 계속 맞아야 한다. 165Cm가 넘을 경우 전액 본인부담이다. 하늘이는 100 분위에서 3% 이내로 보험이 적용된다. 만 6세까지는 20%, 그 이후 30% 자비 부담이다.
덧2, 3개월 단위로 진찰하고 키, 몸무게 측정하며 주사량도 조절해야 하고... 어쨌든 첫 단추를 잘 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