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전화를 하셨을까? 전화를 받았다.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하던 선생님께서 하늘이의 의연한 모습과 행동에 마음이 동해서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근처의 근린공원에서 놀던 중 아이들이 바닥분수에서 더위를 피하며 물놀이를 하는데, 하기 싫은 몇 아이와 하늘이 그리고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선생님 : 아무개야 너는 물놀이 안 하니?
아무개 : 네~ 선생님 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 : 하늘아~ 하늘이는 물놀이하고 싶지 않아?
하늘이 : 소리(인공와우)가 있어서 물에 가면 안 된다고 했어요. 선생님은 왜 물놀이 안 해요?
선생님 : 선생님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늘이와 이야기하다가 선생님 마음이 아프셨다고, 그래서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예년에는 여름철 더운 날 물놀이를 많이 했지만, 올해는 하늘이가 마음에 걸려서 가급적 물놀이는 하지 않고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마냥 물놀이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이번 여름은 하늘이가재활하러 가는매주 화요일에 물놀이를 계획했다고 하셨다. 전화를 받은 엄마도, 옆에 있던 아빠도 안타까운 마음인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하늘이를 위한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고 계신다.
2019년 7월 16일
며칠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었다. 하늘이와 언어재활, 음악재활을 하러 병원에 가는 날이다.
하늘이 : 엄마~ 엄마? 오늘~ 수영복이랑, 여벌 옷이랑, 수건 가져가야 해요~
엄 마 : 어제 비 와서 오늘 날씨가 추워졌어. 물놀이는 못할 것 같아...
아침부터 하늘이는 들떠있었다. 전날 저녁부터 내일은 수영복, 여벌 옷, 수영모자, 수건 준비해야 한다고 들떠있던 하늘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병원에 가야 했고, 그래서 엄마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
소리의원에서 언어재활, 음악재활하고 집에 와서는 아빠랑 같이 잠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던 아빠가 지치자 하늘이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해서 자전거를 내주고 아빠는 출근했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놀던 하늘이는 유치원에서 하원 하는 아이들을 하나 둘 맞이했다. 자전거는 싫증이 났는지 물총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물놀이 못해 맘도 그렇고 해서 작년에 사두고 쓰지 않았던 인공와우 방수팩을 찾아 착용해서 내보냈다. 처음이었다.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ㅎㅎㅎ
작년에는 방수팩 없어서 다른 아이가 물총 쏘는 거 엄마 막다가 물 다 맞고 얼른 데리고 들어왔는데, 오늘은 두 시간여를 신나게 놀고 들어왔다. 덕분에 아파트 친구들, 누나들, 형들도 신나게 물 맞고 놀았다. 저렇게 웃고 신나 하는 거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즐거워하는데 편하게 할 수 없는 게... ㅠㅠ
2019년 7월 4일 목요일 오후 1시 30분. 소리의원 East Center 지하 1층 세미나실에 소리의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한 가족이 모였다. 모임의 이름은 1세 전후 인공와우 이식 받은 우리 아이와 함께하는 소모임.
2019년 6월 어느날. 소리의원에서 인공와우 수술한 아이 가족과 함께하는 소모임을 만들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취지가 좋아서 동참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서 모임에 동참하기로 한 가족들이 군자에 위치한 소리의원 East Center에 모였다. 여섯 가족이 모였다. 사정이 생겨 몇 가족은 다음 기회에 모이기로 했다.
전영명 원장님께서 모임 소개를 해주셨다. 1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연구한 노력으로 인공와우라는 것이 생겨났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약 20~30년 전부터 수술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인공와우 수술은 시기가 요즘보다는 늦었다고 한다. 그 후 수술한 환자들을 추적관찰 및 재활을 하면서 요즘은 보통 1세 전후에 수술을 한다고 한다. 결과는 많이 다르다. 도입 초기에 수술했던 환자들은 언어발달에서 발화가 좋지 않다. 하늘이처럼 1세 전후에 수술한 환자들의 발화가 많이 좋다. 특히 꾸준하게 재활하는 장애인의 경우 결과에 차이가 있다. 하늘이의 경우도 그렇다. 하늘이는 노래도 제법 한다. 음정을 잘 구분한다. 다만, 아직 발음은 부족한 부분이 꽤 있다. ㅅ, ㄹ 등 비장애인들도 늦게 발음되는 자음은 아직도 서툴다.
전영명 원장님은 언어치료실에서 1:1로 치료를 받아왔지만, 1세 전후에 인공와우를 이식한 가정들이 모여서 각 가정의 정보를 교환하고, 언어치료실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정보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향후 외국의 병원, 가족들과도 좋은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전영명 원장님은, 소리의원은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가족들은 장애인만을 위한 재활뿐이 아닌, 엄마, 아빠, 가족 전체가 전문가 수준이 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재활의 최종 목표라고 하셨다. 처음 소리의원을 알게 되고, 언어치료를 받기로 하면서 치료실에서 들었던 이야기였다. 원장님께서 다시 상기시켜 주셨다.
소리의원을 알게 되고 그래~ 이 병원이야! 라고 느꼈던 마음을 다시 느꼈다.
전원명 원장님의 모임 소개가 끝나고 언어 팀장님의 가족 소개 시간, 수술하기 전 가족부터 6세 아이가 있는 가족까지 여섯 가족의 소개를 들으면서 하늘이가 잘 크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참석한 가족 중에는 하늘이가 두 번째로 큰 아이 었다. 나이는 같지만, 월령이 조금 더 큰 아이가 있었다. 하늘이보다 더 작은 아이를 둔 가족 중에 아직 아이의 아픔에 가슴 아파하는 엄마를 보면서, 저희 하늘이도 그랬어요~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아이의 아픔은 가족마다 개인차이가 있어 큰 위로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 하늘이는 엄마의 임신중독으로 응급입원, 입원 후 첫 진료에서 산부인과 교수님의 권유로 아이를 포기하는 수술 예약, 수술 전 24시간 태동검사 중 기적적인 태동으로 13일 후 제왕 절제술로 출산, 동맥관 개존증에 의한 심장수술,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3번의 장 수술, 원일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혈액 산증 등등 200일간의 입원으로 하늘이는 엄마, 아빠를 단단하게 해 준 덕분에 하늘이가 태어난 후 눈물을 보인 날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인공와우 이식 수술하는 2번의 수술도 여느때와 같았었다.
어쨌든!! 이어서 가족 소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어졌다.
① 청각 팀장님의 청능 검사, 인공와우 매핑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
② 음악 팀장님의 음악치료 기본 적인 설명과 음악 평가지 판독법 교육
③ 언어 팀장님의 언어치료의 기본적인 설명과 언어 평가지 판독법 교육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교육이 끝나고 몇몇 가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하늘이의 성향과 집에서의 행동들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는데, 우문현답이었다. 위에서 이제 막 수술하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를 위로하던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힘들어하는 시간이지만,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그런 것들. 하늘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딱 그 수준이었다. 경험 많은 재활선생님들이 보시기에는 1:1 맞춤 설명을 해주셨지만, 요약하면 시간에 따라 겪으며 지나가는 것들이라고 하셨다.
좋은 소모임을 만들고 원장님을 비롯한 청능 팀장님, 음악 팀장님, 언어 팀장님까지 시간을 만들어서 주시다니, 엄청 고마운 일이다.
매주 화요일은 소리의원에서 언어재활, 음악재활 하는 날이에요. 재활이 끝나고 엄빠는 가야 할 곳이 있다고 했어요.
소리의원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며 어디에 가는지 이야기해주셨어요. 대통령 할아버지가 계신 곳에 간대요.
경복궁 동편주차장 지하에 주차하고 올라오니까 청와대 관란 만남의 장소가 있었어요.
청와대 관람버스에 타기 전에 경호관 아저씨가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을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리고 바로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 확인을 하더라고요. 하늘이 처럼 아이들은 엄마 또는 아빠가 주민번호만 이야기해주면 돼요.
버스가 출발하고 금세 청와대에 도착했어요. 내려서 출입증을 받고 검색대를 지나요. 그런데, 아빠는 경호관에게 인공와우가 있어서 검색대를 피해 주셨어요. 엄빠는 검색대를 지나갔지요. 검색대를 지나 처음으로 만난 곳은 홍보관이에요. 홍보관에서는 브로셔와 선물을 주셨어요. 그리고 청와대를 알려주는 영화를 봤어요.
녹지원 - 구 본관터 - 본관 - 영빈관 - ( 칠궁 - 무궁화동산 - 청와대 사랑채 ) 선택
이렇게 관람을 한대요.
홍보관을 나와서 천천히 걸어서 녹지원으로 갔어요. 넓은 들판 같은 곳이었어요. 4계절이 아름다운 곳이라 녹지원이래요. 어린이날 행사 그리고 각종 행사를 하는 곳이래요. 엄청나게 큰 소나무가 있었어요. 이곳에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들도 있대요.
그리고 구 본관터로 갔어요. 가는 길이 조금 길었어요. 설명을 해주신 누나?는 구 본관터로 가는 길이 힘들대요. 일제시대 일본인이 사용하던 건물이고, 6.25 전쟁 후 미국 군정에서도 사용했대요. 그리고 초대 이승만 대통령 할아버지도 사용하다가 철거했대요. 구 본관터는 풍수지리에 가장 좋은 곳이라는 비석이 있고요. 700살이 넘은 주목이 있어요. 주목은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산대요.
본관은 대통령 할아버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청와대는 푸른 기와를 얹은 집이라는 뜻이래요. 외형은 궁궐 같지만, 실내는 많은 곳이 현대식이래요. 본관에서 사진을 가장 많이 찍었어요.
청와대 안에서는 마지막인 영빈관으로 갔어요. 영빈관 앞에서는 출입증을 반납해요. 영빈관 앞쪽에 큰 기둥 4개는 엄청나게 큰 바위를 깎아서 만들었대요. 그 기둥이 2층까지 이어졌어요. 옆에 다른 기둥들은 중간중간 이어서 세웠고요.
영빈관을 나와서는 칠궁, 청와대 사랑채도 구경했어요. 셔틀버스가 20분마다 있는데, 엄빠와 하늘이는 경복궁 동편 주차장까지 천천히 걸어서 갔어요.
덧, 카메라는 DSLR도 가져갈 수 있지만, 동영상 촬영은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사진도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한 방향으로만 촬영이 가능해요. 마지막으로 카메라 렌즈는 50mm까지만 된대요.
어제 하늘이는 오전부터 엄마와 둘이서 데이트를 했다. 아침 일찍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뽀로로 보물섬 대모험을 관람했다. 두 번째 영화 관람이다. 처음 극장에 갔을 때, 하늘이는 엄마와 같이 관람했다. 다른 부모들이 아이를 좌석에 앉히고 밖에 나가서 기다리는 상황을 보더니, 엄마도 나가라고 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하늘이만 영화관에 앉혀주고 엄마는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 남은 좌석을 예매해서 그렇기도 하다. 스타필드 고양의 영화관 중 어린이를 위한 관은 밖에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놔서 좋은 점이 있다. 어쨌든 하늘이는 집중하고 잘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나고 하늘이와 엄마는 스타필드 이곳 저곳을 다니며 데이트하고 맛있는 점심 먹고 집으로 왔다.
신나게 놀다가 집에온 하늘이를 데리고 다시 외출을 했다. 집 근처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하늘이의 활발한 몸짓에 음료만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오래간만에 아빠가 해주는 저녁식사. 닭가슴살, 닭가슴살 소시지를 이요한 볶음밥이다. 그런데, TV를 보고 있던 하늘이가 계속 TV를 보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밥은 먹지 못했다. TV도 볼 수 없었다. 약간 혼이 났지만, 설명을 잘해주고 바나나를 먹여 잠을 재웠다.
다시 아침.
하늘이는 6시부터 일어나서 또 TV를 본다. 엄마는 하늘이에게 인공와우를 해주고 다시 잠을 청했다. 엄마와 아빠는 7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하늘이의 유치원 등원을 위해 아침을 시작했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하늘이는 다시 TV를 보겠다며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빠가 하늘이의 식판을 치우고, TV의 전원코드를 뽑아 버렸다. 하늘이는 떼쓰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식사를 마치고 엄마의 훈육시간. 엄마는 하늘이에게 3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① TV 조금만 보기
② 스스로 밥 먹기
③ 엄아, 아빠에게 예쁜말, 고운 말 하기
약속을 받아내고 부랴부랴 아침밥을 먹였다. 하늘이 스스로 먹었다. 그리고 유치원에 등원했다. 잠시 후 엄마는 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아침부터 엄마, 아빠 힘들게 하더니, 유치원 등원은 언제나 즐겁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하늘이는 오랜 입원과 청각장애로 인공와우 수술을 했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보다 어린이집 생활이 늦었고, 어린이집 생활도 한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이 생활을 했었다. 인공와우 수술 후 말을 늦게 배운 이유다. 또래에 비해 체격이 작은 이유도 있다.
그러던 중 올해 유치원에 보내기위해 작년 가을에 엄마는 하늘이의 환경을 바꾸어주었다. 어린이집을 옮겨 동갑내기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게 해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하늘이의 체격을 보며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금세 없어졌다. 하늘이는 아파트 놀이터에서도 제법 주도적으로 생활한다. 하늘이보다 큰 누나, 형들하고 놀면서도 하늘이가 놀이를 주도하는 모습을 봤었다. 어쨌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하늘이를 대견해하고 있었다. 2019년 2월 25일. 지난 월요일 어린이집에 마지막 등원하고 수료식도 못하고 수료했다. 엄마가 담임선생님께 고마웠다고 인사말을 톡으로 보냈더니,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하늘이 정말 잘했는데, 이렇게 끝내기 아쉽다고 하셨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 대부분이 그러셨다고 한다.
어쨌든!
하늘이는 어린이집을 옮기고 많은 발전이 있었다. 색을 구분하지만 어떤 색인지 말을 못했었는데, 이제 많은 색을 말할 수 있다. 색이 추상적이라 그렇다고 한다. 선을 그리는 것도 훨씬 잘 그린다. 특히 언어 발달이 많이 늘었다. 발음은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어휘가 많이 늘었다.
언제부턴가 하늘이가 자주하는 말이 있다.
하늘이 : 아빠! 그건 나쁜 말이지~!
평소 아빠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하늘이는, 아빠와 이야기하다가 하늘이가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오늘 저녁. 저녁을 먹은 후 잠시 TV시청을 마친 하늘이를 재우려 준비하다가 장난을 쳤다. 보통은 아빠와 양치하고 엄마와 자러 가거나, 하늘이가 기분에 따라 아빠도 같이 자러가자고 한다. 오늘은 엄마랑 둘이서 자겠다고 한 날이다. 그런데, 양치를 하고서 엄마가 하늘이 입술에 립크로즈를 발라주었다.
이번 12월은 겸사겸사 스키장이 있는 콘도에서 1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우리 가족은 짧지만 여행을 했다.
2018년 12월 14일 오후 4시, 하늘이를 평소보다 1시간 빠르게 하원시켜 바로 콘도로 향했다. 대략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콘도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의 식당에서 맛있게 한우 생갈비로 저녁식사를 했다. 한우만 취급하는지 모르고 들어간 식당이었지만, 회사에서 지원하는 콘도라 1박 무료라서 그 돈으로 저녁 맛있게 먹자고 결정했다. 상이 차려지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하늘이의 말 한 마디
하늘이 : (아빠를 바라보며) 빨리 구워줘~~
이 한 마디에 엄마와 아빠는 서로 눈을 보며 웃음이 빵터졌다. ㅎㅎ
한우 생갈비와 돌솥밥, 된장국으로 맛있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5분여 더 가서 콘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스키장 슬로프는 초급코스만 운영했다. 로비에서 방을 배정받으며 눈썰매장을 물었지만,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고 한다. 순간 잠자러 여기까지 왔나? 고민에 빠졌다.
< 콘도 로비에서 >
어쨋든 배정받은 9층의 방으로 올라가서 밖을 내려보니 기분은 좋았다. 하늘이도 스키장을 보더니, 밖에서 스키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흉내내며 빨리 태워달라고 한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는 몇 가지를 풀어놓고 밖으로 나갔다. 어둠이 빨리 내려앉은 겨울밤이라 하늘이와 무언가를 하기는 애매했다. 짧게 눈 구경하고 방으로 올라와서 잠깐 시간을 보낸 후 하늘이는 집에서처럼 엄마와 잠을자러 방으로 들어갔다. 9시. 스키장에 왔지만, 창밖을 내려보며 스키는 눈으로만 탔다.
하룻밤을 보내고 늦잠을 잤다. 하늘이는 일찍 일어나서 엄마, 아빠를 깨운다. 밤새 하늘이 치어 제대로 잠을 못잔 엄마는 그대로 침대에 두고 하늘이와 가볍게 아침밤을 먹었다. 오전 9시 엄마를 깨워 아침을 먹이며, 하늘이는 조금 더 먹였다. 오전에 잠깐 눈에서 놀아보려 나갔지만, 하늘이는 짜증을 낸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 싶어 다시 방으로 올라가려던 중 엄마의 눈에 눈썰매장이 들어왔다.
< 춥지 않아~ >
서둘러 방으로 올라가 정리하고 내려와 눈썰매장으로 향했다. 하늘이도 마음이 급해졌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처음 눈썰매를 타 본 하늘이는 정말 신이 났었나보다.
하늘이 : 내일 어린이집에 갔다가 또 오자~
하늘이의 표현에 우리는 또 깔깔 웃었다. 1시간 남짓 눈썰매를 탔으니, 나름 성공한 1박 2일이다.
어느덧 하늘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됐다. 일찍 준비했으면 만3세부터 보낼 수 있었는데, 하늘이는 사정상 빨리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2019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 엄마는 먼저 준비를 했다. 하늘이는 인공와우 수술하고 소리에 적응하느라 또래보다 어린이집에 늦게 다니기 시작했고, 어린이집에서도 체격이 작아서 한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엄마의 준비는 하늘이 또래와 같이 생활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10월부터는 어린이집을 옮겨 또래 친구들과 생활하고 있다. 먼저 다니던 가정 어린이집은 4세까지만 보육한다.
어린이집을 옮겨서 조금 걱정했는데, 하늘이는 잘해주고 있었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하늘이의 체격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친구들에게 치이지나 않을까? 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 말씀으로는 전혀 그렇지않고 오히려 친구들을 리드한다고 했다.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두 달을 보내며 또래 친구들에게 말도 많이 배우고 있다.
처음학교로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서 2019학년도 유치원 모집신청을 2018년 11월 21일 ~ 11월 26일까지 접수를 받았다.
1순위 :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걸어서 5분거리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2순위 : 자동차로 5분거리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3순위 : 걸어서 5분거리의 사설유치원 (할머니집 바로 앞)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3곳에 접수했다.
뉴스에서는 매일 시끄럽게 유치원3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2018년 12월 5일 유치원 추첨이 발표되었다. 12월 5일 오전 9시에 전국 동시 문자 발표라고 했는데, 휴대폰은 조용했다. 오전이 거의다 지나가던 시간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 접속해봤다. 접수한 3곳은 그대로 있는데, 결과는 아무곳에도 선정된 곳이 없었다. 낙심했다. 한참 지나서 엄마에게 톡으로 안됐다고 알려줬다.
퇴근하는 중 문자가 왔다. 오후 9시에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엄마에게 문자를 재전송해줬다. 엄마는 미리 받았다고 했다. 받았으면 알려주지...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늘이가 잠자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하늘이가 자러간 사이에 컴퓨터를 켰다.
결과는?
우리가 보내고 싶었던 1순위로 접수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걸어서 5분거리의 병설초등학교 유치원에 선정됐다. 그리고 3순위로 접수한 사립유치원에도 선정됐다.
엄마가 하늘이를 재우고 방에서 나왔다. 재빨리 알려주고 서로 기뻐했다. 평소 주변에서 국공립유치원에 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자주 들었었는데, 하늘이는 한 번에 선발됐다. 힘들게 태어나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랫동안 고생하더니, 그것으로 모자라서 난청까지 긴 시간을 힘들게 보낸 하늘이. 인공와우로 양쪽 귀 모두 소리를 들으면서부터 지금까지 별탈없이 지내는 하늘이. 이제는 행운까지 따라다닌다.
특수교육대상자
아빠는 몇 달전부터 국공립유치원에 보내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고 있었다. 유치원에 보내려면 우선 처음학교로 홈페이지를 통해서 원하는 유치원에 등록, 선발되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하늘이는 청각장애2급이라 처음학교로 홈페이지가 오픈되는 날 우선모집으로 신청을 했었다. 그런데, 신청한 병설유치원 한 곳에서 전화가 왔었다. 통화하던 중 우리는 일반모집으로 접수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청각장애2급의 하늘이는 우선모집으로 지원하려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결국 교육지원청에 전화를 문의를 하니, 교육지원청산하 특수교육지원센터로 연결을 해주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는 우리의 민원을 듣고 방법을 알려주었다. 우선 일반모집으로 신청하고, 선정이 된다면 그때 유치원선생님께 이야기해서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늘이 정도라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될 확률이 높다고 하셨다.
처음학교로에 유치원 접수를 한 후에 우리가 보내고 싶어한 1순위로 접수한 고양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방과후학교에 등록을 원하는지 연락이 왔었다. 우리는 맞벌이가 아니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니, 현재 미달이라서 일반모집에 선정되면 바로 방과후과정까지 접수를 해주겠다고 했다. 아빠는 그러면 접수해달라고 했다.